내 손목에 캐디, 망원경에서 손목시계형으로 빠르게 변신
거리측정기시장에 휴대와 조작이 편리한 손목시계형이 뜨고 있다.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핀까지 150m 남았습니다."카트 옆에 서 있는 캐디가 목청껏 남은 거리를 불러준다. 4명의 골퍼를 한꺼번에 돌봐야 하는 캐디는 거리를 재빨리 계산한다. 150m는 플레이어 성향에 맞춰 140m나 160m가 되기도 한다. 적어도 베테랑 캐디는 그렇다. 하지만 초보캐디가 늘면서 거리는 사실 '고무줄'이다. 돌아온 골프계절에 거리측정기가 다시 뜨는 이유다. 요즈음은 손목시계형이 대세다. 간편하기 때문이다.▲ "휴대는 간편하게"= 주말골퍼 양씨(40)가 손목을 불쑥 내민다. 시계 자랑이 아니다. GPS 기능이 있는 거리측정기다. 양씨는 "평소에는 시계로 사용한다"고 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운영하는 골프용품 쇼핑몰에 19일 현재 거리측정기만 13종이 판매 중이다. 국내 기업인 골프버디의 제품도 3개나 된다. 특히 손목시계형이 많다는 게 눈에 띈다. 절반이 넘는 7종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S5와 손목시계형 웨어러블기기 '기어피트2'를 공개하는 등 스마트폰 역시 손목시계형이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워치와 팔찌를 합친 헬스케어용 기기 등 웨어러블 기기도 속속 등장하는 추이다. 스마트폰은 특히 귀에 꽂는 블루투스로 손이 자유로워지기는 했지만 왠지 어색했다. 시계처럼 손목에 찰 수 있다는 대목이 획기적인 이유다. 거리측정기도 마찬가지다. 거리를 잴 때마다 허리춤에 차고 있던 기계를 꺼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크다. 스윙할 때도 대롱대롱 매달린 물건이 불편하다. 그래서 아이디어 넘치는 국내의 한 거리측정기 생산업체는 모자에 볼마커처럼 달 수 있는 클립형 거리측정기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 또한 머리에 무게가 더해진다는 점에서 거추장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손목시계형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까닭이다. 미국 골프데이터텍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1500명의 골퍼 가운데 74%가 "거리측정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대부분 셀프라운드를 하는 미국에서는 10명 중 7명 꼴, 거리측정기는 이미 필수품이다. 앞으로의 관심사는 스타일이다. 바로 손목시계형이다. 순식간에 10%에 육박할 정도로 가속도가 붙고 있다. ▲ "기능은 그대로"= 물론 기능은 그대로다. PGA투어 쇼핑몰에 소개된 '가민 어프로치 S3'다. 장갑을 끼고도 누를 수 있고, 충격에도 강한 터치스크린을 채택했다. 당연히 방수도 된다. 전 세계 2만8000개 이상의 코스가 들어 있고, 그린의 핀 위치에 따라 거리 표시도 달라진다. 도그레그형이거나 레이업이 필요할 때 등 상황에 따라 골퍼가 목표지점을 설정해 거리를 잴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전형적인 스포츠 시계 사이즈'가 돋보인다. 캐디가 있다고는 해도 거리측정기는 이제 필수품이다. 가장 중요한 정보는 여전히 목표까지 남은 거리다. 국내 골프장은 더욱이 캐디가 늘 옆에 붙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대다수 코스가 산악형이다. 초보캐디들이 급증하는데다가 '캐디 선택제'를 실시하는 골프장까지 늘어나면서 필요성은 더 욱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데카시스템의 '골프버디 WT3'이 대표적이다. 평소에는 패션시계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지인했고, 조작도 간편하다. 벙커와 해저드 등 원하는 지점까지의 거리를 알고 싶을 때 '프레스&홀드' 버튼만 누르면 된다. 배터리를 포함해 78g, 손목시계와 큰 차이가 없다. 전 세계 4만개 이상의 골프장에서 자동으로 코스를 인식한다. 망원경 스타일에서 출발해 화면 단말기, 소리로 들려주는 기기를 거쳐 손목시계형까지 거리측정기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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