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전시회 'CES 2014'와 얼마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공통적인 핵심 키워드는 '몸에 차고 다니는 스마트기기(wearable)'의 대거 등장이라고 한다. 이미 시장에 선보인 안경 형태의 '구글 글라스'나 손목시계처럼 찰 수 있는 스마트 워치보다 진일보한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가 쏟아져 나왔는데, 웨어러블 기기는 이제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이미 일반 대중이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품이 된 것 같다. 이런 상황은 개인이 일상 생활 속에서 보고 듣고 생산한 정보를 디지털로 기록하거나 스마트 기기가 개인의 일상을 자동으로 인지해 저장하는 것을 의미하는 '라이프로그(Lifelog)'의 재조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라이프로그는 스마트폰의 확산과 웨어러블 기기의 등장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 등에 고객 스스로 일상생활을 올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한 위치 기반의 소비 이력이나 스마트 기기를 통한 금융생활 관련 기록 등 개인생활과 관련된 모든 내용이 포함되는 쪽으로 확산되고 있다. 라이프로그가 이처럼 여가생활은 물론 소비와 금융생활에서 만들어지는 기록까지 확대됨에 따라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비즈니스에 활용하려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이른 바 '빅데이터 경영'이다. 기업이 정보기술(IT)과 전문성을 활용해 고객의 라이프로그를 분석함으로써 고객에게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면 고객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기업의 본업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신용카드업은 고객의 소비 이력이 축적된다는 면에서 이러한 빅데이터 경영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고, 실제로 국내 카드 업계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에게 혜택을 되돌려주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 라이프로그를 활용해 고객에게 편리한 금융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추가적인 이로움을 제공하는 데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기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빅데이터 분석을 정책 수립에 활용하고 있다. 휴대폰 통화량 통계와 서울시가 보유한 교통 데이터를 활용해 요일별 배차 간격을 조정하는 등 서울시의 심야버스 노선을 개선한 '올빼미 버스'는 공공 부문 빅데이터 사업 중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13대 미래성장동력 항목에 빅데이터가 포함된 만큼 민간 차원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각종 라이프로그의 집적체인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활발한 정책 수립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이러한 빅데이터의 확산과 관련해 정부 부처 또는 지방자치단체, 카드사의 협업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카드사의 고객 혜택을 늘리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올빼미 버스처럼 공공의 이익을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카드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문화정보센터와 제휴를 맺었다. 신한카드가 국내외 관광객의 카드 이용 행태, 문화 및 여가와 관련한 소비 행태 등에 대한 자료를 분석해 한국문화정보센터에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제휴이다. 물론 각종 통계 자료를 통한 컨설팅인 만큼 개별 정보의 전달은 전혀 없다. 한국문화정보센터는 이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문체부 및 산하 기관에 국내 관광 유치 증대를 위한 정책 개발에 빅데이터 관점의 분석 자료를 제시하게 된다. 즉, 카드사의 빅데이터가 국가의 부(富)를 창출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다. 라이프로그가 현실화한 지금,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긴 하지만 빅데이터 활용이라는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 같다. 데이터의 안전한 보관은 필수적인 사항이기 때문에 남은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을 지다. 결국 고객에게 더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공공의 이익을 위한 활용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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