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전 한국은행 부총재가 어제 차기 한은 총재로 내정됐다. 그는 한은에서 35년 동안 근무했다. 그동안 임명돼 온 스타 경제학자나 고위 관료 출신에 비해 신선함과 무게감이 떨어지는 측면은 있다. 그러나 한은의 주요 보직을 거친 통화 금융 전문가로 조직을 무난히 이끌 것으로 보인다. 작금의 어려운 경제 상황은 차기 한은 총재 내정자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대외적으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파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기민하고 적절하게 대응해 금융ㆍ외환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대내적으론 경기가 장기 침체하는 가운데 급증하는 부채와 취업난으로 가계가 휘청이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는 경기 회복의 속도를 높여 활성화하는 데 한은이 적극 협조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런 요구에 무조건 순응하는 예스맨이 되어선 안 된다. 때로는 대통령에게도 '아니오'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이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중앙은행의 역할과 비중이 커졌다. 한은 총재가 내부 조직 관리만 해선 안 된다. 한은의 독립성을 말하기 이전에 그에 걸맞은 소신 있는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정책 조율은 필요하지만 따라하는 식은 곤란하다. 경제 상황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전망을 근거로 선제적인 기준금리 결정 등 통화정책을 주도적으로 책임지고 운용해야 한다. 지난 4년 김중수 총재 시절 한은은 금리 조정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았다. 시장 예측과 거꾸로 가는 결정으로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새 한은 총재는 시장 및 정부와의 소통에 더 신경써야 한다. 중앙은행의 책무를 물가안정에만 두는 것도 시대 상황에 맞지 않아 보인다. 물가안정은 물론 고용 증대와 가계부채 축소, 부동산 시장 안정 등 전반적인 경제 안정에도 정책의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 국제 무대에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 입장을 조율하는 등 달라진 한국 경제 위상에 맞는 외교력도 필요하다. 처음 실시되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감안하면 총재 내정이 늦었다. 청문회는 정책 검증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주열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글로벌 금융 파고에 맞서고 대내적 경제 상황에 대처할 능력을 보임으로써 중앙은행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바란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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