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위기 처한 삼성…그래도 '고!'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삼성전자가 애플에 1조원을 배상하라는 미국 법원 판결이 이달 중 나올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과의 '깜짝합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으나 1심 판결 후 양측이 즉각 항소하면서 '특허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1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재판부 권고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1심 판결이 내려지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판결문 검토 후 즉각 항소에 들어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다음 달 말 갤럭시S3 등 다른 제품을 대상으로 한 2차 특허소송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1심의 1조원 배상 판결을 순순히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고 보고 있다. 기존 삼성전자의 입장과 확연한 차이가 있는 1차 소송의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얘기다.앞서 지난 7일(현지시간) 루시 고 미국 북부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 지원 판사는 삼성전자가 냈던 평결불복법률심리(JMOL), 재심, 배상액감축 등 추가 심리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원고 애플이 낸 JMOL 청구도 기각됐다. 미국 배심원들이 내렸던 평결을 토대로 판결을 확정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애플에 배상해야 할 액수는 9억3000만달러(1조원)가 된다.루시 고 판사는 판결과는 별도로 양측이 합의할 것을 종용하고 있지만 '깜짝합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양측의 견해에 워낙 큰 차이가 있어서다. 재판부 권고에 따라 양사는 늦어도 오는 19일까지 최고경영자(CEO) 협의에 나설 예정이며, 이 자리에는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과 팀 쿡 애플 CEO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힘겨루기성 만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은 '앞으로 삼성전자는 애플의 제품을 베끼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복제 금지 조항을 합의문에 넣어야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애플의 제품을 베꼈다고 인정하는 셈이 되는 이 같은 요구를 삼성전자가 들어줄리 없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도 반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올 들어 구글, 에릭슨, 시스코 등 다국적 정보기술(IT) 업체들과 잇단 '특허동맹'을 맺으며 반(反)애플 진영을 확대해나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이들과의 잠재적 특허 위협을 사전에 방지함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애플을 업계와의 상생보다는 분쟁에 무게를 두는 '소송꾼'으로 낙인찍어 애플에 압박을 주는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법원의 이번 기각 결정은 표면적으로 삼성전자를 압박하는 모양새이지만 삼성이 취할 카드는 항소 등 여러 가지가 있다"며 "특히 삼성전자가 특허 동맹을 잇달아 맺은 것은 애플을 압박하면서 장기전에 돌입하겠다는 속내로 해석된다"고 말했다.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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