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스위스에서 유럽연합(EU) 시민의 대규모 이민을 제한하는 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회원국 내 시민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EU의 원칙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향후 EU와 갈등이 예상된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스위스 국민 50.3%가 대규모 이민 제한 법안에 찬성했다. 스위스 26개 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찬성했다. 스위스 TV방송은 EU 이민 규제안이 통과됐다면서 독일어와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이 법안을 다수 찬성했고, 프랑스어 사용 지역에서는 반대표가 많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 정부는 3년 안에 외국인 노동자 숫자를 제한하는 법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EU 시민권자의 취업 이민 입국 상한선을 설정하려면 스위스 정부는 3년 이내에 5억 EU 시민과 810만 스위스 국민이 노동시장에서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도록 한 EU와 맺은 협정을 수정해야 한다. 스위스 정부와 기업을 비롯해 대규모 이민 제한에 반대하는 측은 지난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EU와 맺은 자유 노동시장 규칙을 파기하면 관련된 모든 경제 관련 협상도 새로 해야 하고 스위스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해왔다.그러나 스위스국민당(SVP)은 스위스 스스로 이민자 숫자와 질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통제되지 않은 이민은 결국 부유한 국가를 망가뜨린다고 주장했다. 이민 제한을 찬성하는 측은 특히 인구 810만의 조그만 나라 스위스에 매년 8만 명의 새로운 이민자가 스위스에 들어오는 것은 경제적 사회적 재앙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용 가능한 이민자 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4만 명을 상한선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스위스 국민 810만명 중 이민자 비율은 23%에 이른다. 이는 룩셈부르크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EU는 지난 1990년대 기나긴 협상과 진통 끝에 타결된 여러 협상을 스위스 입맛에 따라 선택적으로 고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경고해왔다. 이에 앞서 EU 집행위원회 비비안 레딩 부위원장은 스위스 마음대로 이런저런 정책을 선택할 수 없다며 노동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은 현재 43만명의 스위스인이 EU에서 살고 있듯 양측에 혜택을 주는 7개 협정의 한 부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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