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 '장애인 직장동료와 함께 일하기' 가이드북 펴내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안전행정부 발간 '장애인 동료와 함께 일하기' 표지
최근들어 장애인들의 취업 등 사회 활동이 정부ㆍ민간의 인식 개선ㆍ차별 금지 정책에 따라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부만 해도 현재 1만8700여명의 장애인들이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매년 국가직 7ㆍ9급 공채 시험에선 합격자의 6%를 장애인으로 배려하고 있다. 중증 장애인에 대해선 별도의 경력경쟁채용시험을 통해 따로 뽑기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을 대하는 비장애인들의 태도는 아직까지 어색하기만 하다. 상당수는 장애를 나와 관계없는 일로 치부하거나 장애인에 대해 거리감을 두고, 심지어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또는 잘못된 선입견이나 동정심 때문에 장애인 동료를 도우려다 되레 상처를 주는 등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안전행정부가 일터에서 장애인 동료와 함께 일하게 된 직장인들을 위한 가이드북을 펴내 관심을 끌고 있다. '장애인 동료와 함께 일하기'라는 제목의 이 가이드북은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에 대해 막연하게 갖고 있는 선입견이나 동정심은 오히려 불편을 줄 수도 있고 자칫 차별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동료로서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라고 충고한다.◇ 장애인을 이해하라이 책은 우선 장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소개한다. 이에 따르면, 대부분의 장애인은 선천적일 것 같지만 사실은 94%가 사고ㆍ질환 등에 의한 후천적인 장애인이므로, 장애는 일부 소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다. 또 지체장애인이 넘어졌다고 해서 도와준다고 얼른 일으켜 줄 경우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혼자 일어서는 것이 편할 수 있으므로, 어떤 도움을 줄 지 물어 본 후 도와주는 게 좋다. 흔히 뇌병변 장애인의 경우 지능도 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거동이 불편하거나 언어장애가 있을 뿐 지능은 비장애인과 차이가 없거나 경우에 따라선 뛰어난 사람도 많다. 청각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수화뿐만 아니라 입모양을 통해서 혹은 보청기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이와 함께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출장이 잦은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은 오해다. 요즘은 휠체어를 탔더라도 직접 운전하는 장애인들도 많고, 편의시설이 발달해 출장이 잦은 일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지적장애인은 지능이 낮아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생각도 편견이다. 인지 능력이 낮더라도 자신의 욕구를 표현할 수 있으므로 지적 장애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함부로 반말을 하는 등의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언어 장애인의 경우 말을 알아듣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배려해준답시고 알아듣는 척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알아듣지 못하면 다시 한 번 말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좋다.이밖에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지칭하는 말은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다. 장애는 신체적 특성에 불과할 뿐, 사람 자체를 정상, 비정상으로 구분하는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안경 쓴 사람에게 안경이 극복의 대상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장애는 치유가 될 수는 있어도 극복의 대상이 아닌 그 사람을 이루는 하나의 특성으로 보아야 한다. ◇ 장애인 동료와 친해지기장애를 가졌다고 동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상대방과 얼굴만 알고 지내는 관계라면 장애와 관련된 사생활에 대한 대화는 삼가는 것이 좋다. 장애인이 사용하는 휠체어, 목발, 기타 보장구들은 개인의 사적인 물건이므로, 사용자의 허락없이 사용하거나 만져도, 이동시켜서도 안 된다. 장애인과 식사를 할 경우엔 음식점을 선택할 때 좌석보다는 입식형으로 식탁이나 의자 배열이 널찍하게 되어 있는 곳을 고르는 게 좋다. 음식점이 크다면 현관에서 멀지 않는 테이블을 선택한다. 면접이나 회의를 준비할 때는 계단, 턱이 없는 곳을 선택하고, 만약 장애인이 넘어졌다면 도움이 필요한지를 묻고 그렇지 않으면 넘어진 사람을 잡지 말고 팔을 내밀어 필요하면 잡고 일어 서도록 해라. 휠체어를 밀어줄 때에는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물어라. 시각장애인의 경우 근무시간을 조정해줄 필요도 있다. 혼잡한 시간에 출퇴근할 때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에게 메시지를 전할 때는 문자보다는 녹음테이프로 하고, 비밀 내용은 전화로 하는 게 좋다. 이동시엔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묻고, 길을 안내할 땐 여기, 저기 등 애매한 표현은 피하고 방향을 구체적으로 알려줘라. 필요시 주변 위험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라. 지팡이를 사용하는 시각 장애인과 함께 이동할 때에는 지팡이의 반대편에 서서 당신의 팔을 내어 주면 편리하다. 청각 장애인을 만났을 때에는 당황하지 말고 차근 차근 몸이나 글을 통해 대화할 수 있다. 수화를 많이 사용하지만 메모나 입모양을 통해 얼마든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듣지 못한 다고 옆에서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과장된 몸짓이나 얼굴 표정은 삼가야 하며, 색안경ㆍ모자 등은 얼굴 특히 눈을 가릴 수 있어 의사소통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 안면에 화상을 입은 안면 장애인과 함께 할 때는 한여름에도 모자ㆍ장갑을 착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무리하게 이를 벗도록 하는 행동은 삼가는 게 좋다. 술을 권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습도나 온도에 많은 영향을 받으므로 비교적 냉난방이 잘 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밖에 신장 장애인의 경우 투석 시간ㆍ장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며, 심장장애인은 회식 자리에서 흡연ㆍ음주를 권하지 않는 게 좋다. 간장 장애인은 업무로 인한 과로ㆍ수면 부족이 생기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호흡기 장애인들은 쾌적한 근무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필요하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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