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신흥국의 금융 취약성이 아시아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국제결제은행(BIS)이 경고했다.신흥국의 해외 자금 의존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축소 충격이 생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BIS는 최근 내부 보고서에서 "신흥국 채권 시장은 선진국 채권 시장의 흐름에 민감한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과거보다 글로벌 장기금리가 신흥국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상황"이라고 밝혔다.BIS 보고서는 선진국 양적완화 정책에 편승해 신흥국의 외화 채권 조달 규모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갑작스럽게 이런 고리가 끊어지면 신흥국 경제는 통화가치 하락과 채권 금리상승 등 악순환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BIS는 2008년 이후 9조1000억달러(약 9809조원)의 자금이 1%의 저금리로 신흥국으로 흘러들어 갔지만 이는 '파우스트의 계약'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족쇄가 됐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인 양적 완화 흐름 속에서 2010년부터 2013년 중반까지 신흥국 은행과 기업들이 조달한 채권 규모는 2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BIS의 이런 보고서는 미국의 돈줄 죄기에 따른 투자자 이탈로 신흥국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가운데 나왔다. 신흥국은 FRB가 양적완화의 단계적 축소를 시작한 뒤 통화가치와 주가, 채권가격이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에 시달리고 있다. BIS는 "신흥국이 외화 채권을 자국 통화 채권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은 환율 급락세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며 "아무도 해결 방법을 모르는 복잡한 힘이 세계 경제를 억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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