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전 세계 개인용컴퓨터(PC) 운영체제(OS)를 독점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여전히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불린다. 하지만 MS를 더 이상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이라고 일컫지는 않는다. 최근 들어서는 손대는 사업마다 후발주자로 처지고 있다. 스티브 발머 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8월 은퇴를 예고한 것도 이 같은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100명이 넘는 후보 중에서 MS가 4일(현지시간) 드디어 발머의 후임자로 사티아 나델라 수석부사장(46)을 발탁하면서 새로운 진용을 갖췄다. 나델라 CEO 체제가 향후 MS의 3대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클라우드와 모바일에서 승부= MS는 최근 컴퓨터 SW업체란 이미지를 벗어나 클라우드 및 모바일 기반 SW업체로 거듭나는 데 역량을 쏟았다. 그러나 이 분야의 선두는 구글이나 애플에 빼앗긴 지 오래다. 이번에 발탁된 나델라 CEO는 인도 출신 엔지니어로, 그동안 검색 엔진 '빙'을 맡기도 했고, 직전엔 클라우드와 기업SW 부문을 총괄했다. MS 내부에서 클라우드와 모바일 분야에 관한 한 최고 전문가다. MS는 나델라를 내세워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치열한 추격전을 펼칠 전망이다. 나델라 CEO도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과거 우리의 미션은 PC를 모든 사무실과 집의 책상에 올려두는 것이었고, 이미 거의 목표를 이뤘다”면서 “이제는 모바일과 클라우드 등에도 이러한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MS 만들기= MS는 그동안 기업 내 조직 마찰과 의사 결정이 가장 느린 대표적 IT기업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3~4개로 나눠진 사업부문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면서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안 된 채 상호 불신을 보이며 시너지는커녕 역효과만 냈다는 평가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조직 내 마찰로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PC용 윈도8과 스마트폰용 윈도 OS를 분리시키는 명백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MS도 지난해 7월 '(one) 마이크로스프트'를 선언하며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지만 가시적 성과는 없다. 이번 인사에서 빌 게이츠의 후임으로 이사회 의장에 오른 존 톰슨이 나델라 CEO와 핵심적으로 추진해야 할 임무가 조직 내 협력 분위기 주도라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MS의 혁신정신 부활= 신임 CEO 선임 이상으로 눈길이 가는 대목은 빌 게이츠 창업자의 역할 확대다. 그는 이번에 이사회 의장직 대신 '창업자 겸 기술고문'이란 직함을 새로 얻었다. MS는 “게이츠가 회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며 나델라를 도와 기술과 제품개발의 방향을 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게이츠가 앞으로 사업의 큰 구상을 그리고, 최근 MS에서 실종된 혁신성을 부활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PC세대가 된 게이츠 고문과 나델라 CEO 조합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만만치 않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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