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 상봉시기 제안 일주일 만에 입 열어 협상력 강화 목적·군사훈련 불만 등 다양한 추측 나와"'키 리졸브' 후에 하자" 수정제의 가능성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북한이 우리 정부의 '17~22일 이산가족 상봉' 제안과 관련해 "5, 6일 중 실무접촉을 갖자"고 3일 알려왔다.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시기를 제안한지 8일째 나온 북한의 첫 반응이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오늘 오전 통지문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우리 측의 적십자 실무접촉 제의를 수용하고 5일 또는 6일 중 우리 측이 편리한 날짜에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실무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변인은 "북측이 이제라도 이산가족 상봉 문제 협의에 호응해 나온 것을 환영하면서 실무접촉 일자 등은 정부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한 후 북측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이날 오전 9시 판문점 연락관 채널 개시통화 때만 해도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시간여가 지난 뒤 실무접촉 수용 의사를 담은 전화통지문을 우리 측에 보내왔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북한은 이날 통지문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일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 날짜는 실무접촉이 개시되면 북측과 협의를 해 봐야 되겠지만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을 고려해 될 수 있으면 최대한 빨리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북한의 반응이 늦어진 데 대해 "북측 내부 사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리 정부의 초조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심리전을 펼쳤다고 풀이한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이산가족 상봉 수용을 알리는 전통문을 우리 측에 보내오면서 상봉 시기는 "남측이 편리한 대로 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히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랜만의 남북관계 성과에 고무된 우리 정부는 "제안 수용을 환영한다"면서 속전속결로 상봉 행사를 추진하려 했다. 이에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 정부의 기를 한풀 꺾고 속도조절을 해가며 입지를 강화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다.북한이 자신들의 '중대 제안'에 반하는 우리 측 군사훈련에 불만을 품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추측도 나온다. 우리 군은 북한의 반발 속에 지난달 28일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을 진행했다. 지난달 16일 우리 측에 보낸 '중대 제안'에서 상호 자극 행위 중지를 강조한 북한으로서는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침묵을 통해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 북한이 대남 압박 구실을 만들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2월 말 한미 군사훈련이 시작된 이후 열리기를 희망하며 내부 입장을 조율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묵묵부답을 이어가면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될 것을 의식해 반응을 내놓은 것 같다"며 "앞으로 우리 측에 '중대 제안'부터 수용하라고 하거나 한미 군사훈련 이후에 이산가족 상봉을 하자고 주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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