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차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결정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결정된 1차 테이퍼링 이후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는데도 그렇다. 2차 조치를 전후해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이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에서 헝가리ㆍ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로 전염병처럼 번졌다. 터키ㆍ인도ㆍ남아프리카공화국은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외화준비가 부족한 일부 신흥국은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연준의 테이퍼링이 전 세계 금융ㆍ외환시장에 예상보다 큰 파장을 불러오는 양상이다. 이는 연준의 2차 조치에서 신흥국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테이퍼링을 밀어붙이는 태도가 드러난 결과이기도 하다. 연준은 신흥국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1차 때와 똑같이 채권매입 규모를 월 100억달러만큼 줄이기로 했다. 심지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은 미국의 중앙은행이지 세계은행이 아니다"고 말했다. 두 달 사이 2차례에 걸쳐 채권매입 규모를 월 85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축소한 속도라면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은 올해 안에 완전히 마무리될 것이다. 그 다음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신흥국 중에서 이른바 '펀더멘털'이 괜찮은 나라로 분류되어 당장은 외풍에 견딜 만하다. 현재 3400억달러를 넘는 외환보유액과 지난해 700억달러를 넘은 경상수지 흑자가 방풍벽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나 연준의 테이퍼링은 일과성 돌발사건이 아니라 앞으로도 최소 7개월 이상은 더 계속될 기류변화다. 게다가 전 세계적 파장의 2차ㆍ3차 효과와 이어질 국제금리 상승국면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어제 열린 금융당국의 상황점검회의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보여준 상황인식은 적절하다. 그는 "단기적 시장충격은 크지 않겠지만 파장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데 안주해서는 결코 안 된다. 펀더멘털을 떠받치는 토대에 부실한 점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특히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부담이 임계점을 넘어 뇌관이 되거나 아직 유지되고 있는 성장 모멘텀이 급격히 힘을 잃어버릴 가능성은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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