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묶인 표준건축비, 임대주택 품질저하 원인'

공사단가 너무 낮아 수익성 악화…공급업체들 현실화 요구

5년여간 동결됐던 공공건설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가 올 하반기 인상될 예정이다. 사진은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공공임대아파트 모습이다.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정부가 공공건설임대주택에 적용되는 표준건축비를 5년 만에 손질하게 된 것은 임대주택 공급기반을 넓히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임대주택 공급주체의 한 축인 민간 주택사업자들은 표준건축비 현실화를 요구해 왔다. 건축비가 낮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고 이는 임대주택 품질 저하와 임대주택 건설 기피 등으로 귀결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너무 낮은 공사비로 임대주택의 질이 떨어져 주거 형평성이 맞지 않게 된다"며 "채산성도 악화돼 주택건설업체들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임대주택사업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에서 연간 최대 9만가구까지 공급됐던 공공임대주택이 지난해에는 2000가구만 공급됐을 정도"라며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공공임대 표준건축비를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의 기본형건축비와 연동해 조정할 수 있도록 시급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전문가들도 공공임대 표준건축비의 현실화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진미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5년 동안 공공임대 건축비가 동결됐기 때문에 조정될 필요성이 있다"며 "수요가 증가하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세제나 금융지원도 좋지만 표준건축비 같은 규제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표준건축비는 임대주택의 임대료 산출기준으로도 활용되는 만큼 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진 수석연구원은 "표준건축비는 건설비의 기준으로도 쓰이지만 임대보증금이나 임대료 산출기준이기도 하다"며 "조정폭이 클 경우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부분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표준건축비가 너무 낮으면 저품질 임대주택이 지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임대료 상승과도 연계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임대주택 건설 촉진 지원제도를 총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이에 건설비용으로서의 표준건축비와 임대료 산정 기준을 분리ㆍ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상해야 할 필요가 있는 데도 서민 부담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야 하는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비슷한 개념의 기본형건축비는 법규상으로 6개월마다 조정토록 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것과도 비교된다. 기본형건축비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의 건축공사비로 활용되는데 지난해 9월에도 재료비와 노무비 등 공사비 증감요인을 반영해 2.10% 인상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8층 55㎡ 주택의 경우 표준건축비는 ㎡당 103만원으로 기본형건축비(㎡당 143만원)의 72% 수준에 불과하다. 이렇게 기본형건축비가 인상된 것은 실제 공사비가 상승하고 있어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건설공사비지수에 따르면 2008년 12월 128.1이었던 건설공사비 지수가 2010년 12월 136.1, 2011년 12월 144.6, 2012년 12월 147.8, 2013년 11월 150.9로 꾸준히 올랐다. 주택건축 분야 공사비지수는 2008년 12월 124.3에서 지난해 11월 146.7로 상승했다. 마지막으로 공공임대 표준건축비가 조정된 2008년 12월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주택건축비가 18.0% 상승한 셈이다.이와 관련 김효정 국토부 주거복지기획과장은 "공공임대 표준건축비를 조정한 지 5년이나 지났으니 건축비 기준을 어느 정도로 하는 것이 적정한지 다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용어설명> 표준건축비: 공공임대주택의 건축비와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은 물론 표준임대보증금, 임대료의 산출기준으로 활용된다. 8층짜리 전용면적 55㎡ 주택의 경우 ㎡당 103만900원이며 건설자재비, 노무비, 부대비,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산출된다.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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