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고장·점검으로 운영중단 속출, 이용실적 많지만 예산없고 관리인원 적어 한계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 직장인 정유민(29·여)씨는 연말정산용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지난 22일 지하철 을지로3가역에 있는 무인민원발급기를 찾았지만 허탕을 쳤다. 부품 교체 때문에 기계 운영이 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23일부턴 제대로 작동한다는 안내를 믿고 발길을 돌렸지만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할 수 없이 집 근처 여의도역을 찾은 정씨는 2대의 무인발급기 중 1대가 작동을 하지 않아 긴 줄에서 수십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서류를 출력할 수 있었다. 서울 삼성동 근처에 직장이 있는 김 모씨는 지난 주 삼성역 구내에 있는 민원발급기를 찾았지만 고장으로 이용할 수 없어 강남역까지 가야 했다.연말정산철을 맞아 특히 이용 수요가 많은 요즘 무인민원발급기가 고장이나 점검 등으로 운영이 중단된 경우가 많아 시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주민센터나 행정기관을 직접 찾지 않고도 편리하게 발급받을 수 있는 무인민원발급기지만 정작 가장 활용도가 높은 기간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4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무인민원발급기는 전국에 총 2576대가 설치돼 있다. 서울에는 주요 역과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를 중심으로 335대가 놓여 있다. 무인민원발급기에서는 주민등록등·초본을 비롯한 최대 66종에 달하는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을지로입구역에서 15분을 기다린 끝에 주민등록등본을 출력한 박지민(33)씨는 "인터넷 발급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직장인들은 회사 프린터가 공용으로 설정돼 있어 출력이 번거로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인발급기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특정한 기간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평소보다 고장이 잦지만 관리인원이 적어 실시간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지역 구청에서 무인민원발급기를 담당하는 한 공무원은 "자치구별로 무인민원발급기가 10대 이상씩 설치돼 있는데 대부분 한 명이 관리를 해 평소보다 3배 이상 이용자가 몰리는 연초엔 고장이 나도 바로 손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무인민원발급기가 오작동하면 구청이나 유지보수 업체에 실시간으로 통보되지만 직접 수리하러 가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 종이가 떨어지거나 지폐, 동전 등이 걸리는 경우에도 구청 직원이 일일이 민원발급기를 오가며 보충을 하거나 수리를 해야 한다. 무인민원발급기 이용 실적은 해마다 늘어 2011년 1142만건에서 2012년 1290만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538만건을 기록했다. 서울은 231만건, 253만건에서 작년엔 320만건을 넘어섰다. 수요가 증가하면서 각 지자체는 무인민원발급기 설치를 조금씩 늘리고는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노후 기계 교체 등은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무인민원발급기 대당 구매비용은 2000만원가량이다. 민원발급기의 주요 운영지침이나 제공 서비스는 안행부에서 관리하지만 관리 및 유지 등에 관한 부분은 구청 등 지자체에서 하고 있다. 무인민원발급기의 잦은 고장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각 구청은 인원을 늘리는 데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정시점에만 이용실적이 올라가는데 이 때문에 관리인력을 별도로 두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무인민원발급기 서비스 이용이 안되는 경우 발급기가 설치된 가까운 곳으로 안내를 하고 있다"면서 "인터넷 출력이 더 보편화되면 분산효과가 있어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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