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시퀘스터(연방정부 재정지출 자동삭감) 때문에 지난해 미국 기업ㆍ단체들이 워싱턴 정가에 지출한 로비 자금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난해진 연방정부에 기업들이 손 벌릴 이유가 줄었기 때문이다. ◆30개 기업·단체 로비자금 12.5% 감소= 미국의 정치 관련 비영리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가 운영하는 블로그 '오픈 시크릿'은 2012년 정치권에 가장 많은 돈을 지출했던 30개 기업·단체의 지난해 로비자금 규모를 살펴보니 2012년에 비해 12.5%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30개 기업·단체는 2012년에 로비자금으로 5억8420만달러를 썼는데 지난해에는 5억1110만달러만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들의 정치권 로비 자금이 줄어든 이유는 시퀘스터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감소한만큼 기업들이 정치권에 손 벌릴 일도 감소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미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 숫자는 2차 세계대전 후 가장 적었다. ◆美 상공회의소 6790만달러나 줄여= 전체 로비자금 규모가 감소한 데에는 미 상공회의소의 영향이 컸다. 미 상공회의소는 지난해 로비자금 규모를 절반으로 줄였다. 2012년에 1억3630만달러를 지출했지만 지난해에는 49.7% 감소한 6840만달러만 썼다. 6790만달러나 줄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상공회의소를 뺄 경우 지난해 로비자금 규모는 2012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셈이다. 급감에도 불구하고 상공회의소는 지출 규모 전체 1위를 유지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도 2위 자리를 유지했다. 로비자금 규모는 2012년 4140만달러에서 지난해 3850만달러로 줄었다. ◆기업 1위는 방산업체 노스롭그러먼= 방산업체 노스롭그러먼은 전체 3위, 개별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무려 2050만달러를 지출했다. 2012년 1750만달러에 비해 17.1% 늘렸다. 노스롭그러먼의 2012년 순위는 전체에서 9위였다. 2012년 전체 3위였던 전미케이블방송통신협회(NCTA)는 노스롭그러먼 때문에 4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1980만달러를 지출했다. 2012년 1880만달러에 비해 5.1% 늘었다. 통신회사 AT&T는 지난해 1594만달러를 지출했다. 2012년 1747만달러에 비해서는 8.8%를 줄였다. AT&T의 경쟁업체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도 10.5%를 줄였지만 1344만달러나 지출했다. 지출 증가율이 가장 컸던 곳은 미국화학협회(ACC)였다. 2012년 900만달러를 지출했던 ACC는 지난해 1220만달러를 지출했다. 지출 증가율 35%를 기록했다. ◆IT는 예외…애플 72% 늘려 337만달러 지출= 오픈시크릿은 대부분 단체나 기업들이 정치권 로비 자금을 줄였지만 정보기술(IT) 업종은 예외였다고 설명했다. 10개 IT 기업의 로비자금 규모는 지난해 6115만달러로 집계돼 2012년 5278만달러에 비해 15.9%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IT 기업 중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한 기업은 구글이었다. 하지만 구글은 IT 기업 중 유일하게 로비자금을 줄인 기업이다. 구글은 지난해 1540만달러를 지출했다. 2012년 1820만달러에 비해 15.2%를 줄였다. 다음으로 많은 돈을 쓴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로비자금은 2012년 809만달러에서 지난해 1049만달러로 29.7%나 늘었다. 애플은 71.7%나 늘린 337만달러를 지출했다. 페이스북도 지난해 정치권 로비자금을 크게 늘렸다. 643만달러를 지출해 399만달러를 지출했던 2012년에 비해 61.2%나 늘렸다. 그외 IBM(706만달러) 오라클(599만달러) 인텔(439만달러) 아마존(346만달러) 시스코(312만달러) 야후(278만달러) 등도 적게는 1%에서 많게는 46%까지 로비 자금을 늘렸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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