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KB금융지주가 창립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4000만건에 이르는 국민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국민은행 등 계열사의 개인정보까지 무더기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고, 정부는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예고했다. 지난해 잇따른 불법대출과 횡령 사고를 고려하면, 이른바 시범케이스로 가중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전망이다. KB금융지주는 올해 초 '신뢰회복'을 부르짖으며 리딩금융그룹 지위 회복을 주창했지만, 연초부터 터진 대형 악재에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20일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은 또다른 사고 당사자인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손경익 NH농협카드 분사장과 함께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들 카드 3사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로 인한 카드 부정 사용 등 고객 피해를 전액 보상하겠다"며 사과했지만, 신뢰를 되찾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소비자 단체와 피해 고객들은 집단소송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유무형의 손실이 셈하기 어려운 규모로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당국도 강력한 처벌을 예고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정확한 상황과 피해 등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과 책임자의 처벌을 대폭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오후 2시에는 새누리당과 정부 당국자들이 모여 금융당국과 카드사의 책임을 묻고, 제도적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긴급당정협의회를 연다. 감독기관인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전날 문제가 된 3개 카드사 사장들을 겨냥해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해당 금융 그룹의 최고경영자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인사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면서 "엄중한 책임자 문책"을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경제활동인구 전체가 피해를 봤다고 할만큼 사안이 엄중한데다 KB의 경우 지난해 잇따른 돈사고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어서 금융당국의 시범케이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KB 측은 전날 임영록 회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사실상 뾰족한 대안이 없어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KB의 한 관계자는 "유구무언"이라면서 "연말 연초에 악재가 겹치다보니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KB는 지난해 연말부터 명동 본점 1층에 "특별지시로 반송조치한다"는 푯말을 써붙이고, 승진이나 전별에 축하 난으로 인사를 전하는 일조차 금하고 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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