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박지성(33·PSV 에인트호번)의 축구대표팀 복귀 여부가 다시 한 번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지성이 태극마크를 반납한 뒤 하루가 멀다 하고 복귀와 관련한 논쟁 또는 화제가 오갔다. 그러나 이번엔 매우 묵직한 분위기 속에 실제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느낌이다. 홍명보(45) 축구대표팀 감독이 박지성을 언급하며 “만나 보겠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2011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을 떠났다.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체력적 부담과 무릎 부상, 후배들을 위한 양보를 이유로 내세웠다. 당시에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소속으로서 치열한 주전경쟁을 벌였다. 팬들은 아쉬워하면서도 그의 입장을 이해했고, 맨유에서 성공하기를 기원했다. 그럼에도 그는 전임 조광래(60) 감독과 최강희(55)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던 시절 늘 논의의 중심에 있었다. 대표팀이 부진한 경기력 때문에 비판받거나 국내파·해외파로 나뉜 선수단 내의 갈등으로 흔들릴 때마다 논란을 잠재울 적임자로 꼽혔다. 그 때마다 박지성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대표팀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축구계는 물론 팬들 역시 그의 다짐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런데 홍명보 감독이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박지성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그는 8일 "박지성이 대표팀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소식은 전해 들었지만 직접 만나 이 문제를 얘기한 적은 없다"며 "조만간 박지성을 만나 생각을 들어보겠다"고 했다. 마음을 돌리기 위한 의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으나 대표팀의 감독이 단지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먼 길을 찾아간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 넘기기는 어렵다. 또한 홍 감독은 2012 런던올림픽 사령탑 시절에도 병역기피 논란으로 비판을 받던 박주영(29·아스날)과 만나 대표팀 합류의 실마리를 풀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5개월 앞두고 박지성을 언급한 것이 즉흥적인 발언은 아닐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신문선 성남시민프로축구단 대표이사는 "홍 감독이 다양한 관점에서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 문제를 검토했을 것"이라며 "미묘한 시점에서 만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사진=정재훈 기자]
박지성의 합류로 대표팀이 얻을 효과는 적지 않다. 우선 박지성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시작으로 3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한 관록의 베테랑이다. 세 차례 대회에서 모두 골을 넣었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주장을 맡아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대표팀 소속으로 100경기를 소화한 풍부한 경험은 국제무대에서 젊은 선수들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 지난해 11월 스위스·러시아와의 친선경기 명단에 포함된 대표팀 23명의 평균연령은 24.4세로 남아공월드컵(27.5세)에 비해 세살이나 낮아졌다. 홍 감독도 이점을 고민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 줄 베테랑의 필요성 때문이다. 홍 감독이 13일부터 3주 동안 진행될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에 염기훈(32·수원), 이호(30·상주)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을 합류시킨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박지성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유럽 무대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카드다. 박지성의 체력과 경기력은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세 경기를 풀타임 소화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신문선 대표는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미드필더의 기동력과 볼 키핑 능력"이라며 "박지성은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비슷한 포지션의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은 경기력에 기복이 있고, 기성용(24·선덜랜드)도 경험이 더 필요하다"라며 "누군가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박지성의 합류는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2002년과 2006년 박지성과 함께 월드컵에 출전한 이을용 전 강원FC 코치는 "(박)지성이 대표팀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명성만으로도 본선에서 만날 상대 팀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인디펜던트'를 비롯한 외신들도 홍 감독의 박지성에 대한 언급을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의 명성에 비춰볼 때 대표팀이 출전한 경기에서 영향력은 생각 이상으로 클 것이다. 다만 부상의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 한번 다치면 회복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남는다. 박지성은 지난해 9월 29일 알크마르와의 네덜란드 정규리그 경기 도중 발목을 다쳐 71일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가벼운 부상이란 구단 발표와 달리 예상보다 오랜 재활기간을 거쳤다. 장지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박지성이 고질적인 무릎 통증은 물론 어깨에도 무리가 왔다"며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은 본인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했다. 대표팀 사퇴의 직접적인 이유도 부상이었다.더 중요한 건 대표팀 복귀에 대한 본인 의지다. 대표선수로서 그라운드를 누빌 마음의 준비와 의욕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여론이나 축구계의 요구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대표팀에 복귀한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홍 감독도 "박지성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대표팀의 오랜 구애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선택은 여전히 박지성의 몫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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