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역대 최장기 파업의 불명예를 남긴 철도파업은 30일 전격철회되면서 일단 봉합됐지만 향후 갈등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파업 철회의 요건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가 31일 첫 회의를 열기로 함에 따라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가 남은 불씨의 해결실마리로 작용할 전망이다.◆22일간의 철도파업…경제적 피해 수백억원= 사상 최장기로 이어졌던 철도파업은 국민들의 불편과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가져왔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파업 3주차인 지난 23일부터는 열차운행을 70%대로 감축했고 4주차인 30일부터도 추가 감축에 들어갔다. 당초 60%대로 낮아질 예정이었지만 국민불편을 줄이기 위해 대체인력을 투입해 70% 수준대로 유지했다. 출퇴근시간대까지 열차운행이 줄어들면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커지기 시작했다. 물류 수송차질로 산업계가 본 피해도 막대했다. 철도 수송 비율이 30%가 넘는 시멘트업계는 철도 파업 기간 직접 피해액이 2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한국시멘트협회는 철도 노조의 유례없는 장기 파업으로 시멘트 생산, 출하와 대체수송, 주 연료인 유연탄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며 평일 기준으로 하루 8억∼9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물량으로 따지면 화물열차 운행 감축에 따른 철도 수송 차질이 약 60만t에 이른다. 대체 운송(22만3000t)에 따른 추가비용 부담은 8억9000만원이다.코레일의 피해도 컸다. 앞서 코레일은 지난 9~16일 노조 집행부에 77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코레일은 파업종료 시까지 추가 손실액을 청구하면 최대 200억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노동계와 정부 갈등 수면위로= 철도파업 기간에는 사상 초유의 민주노총에 공권력 투입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으로 표면화됐다. 정부와 경찰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지난 22일 사상 처음으로 민주노총 본부까지 강제 진입을 단행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는 물론 야당과 시민 사회단체까지 가세하면서 극심한 '정치ㆍ사회 갈등'으로 까지 번졌다.민주노총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인 2월25일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총파업을 실시하는 등 총파업 투쟁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며 강경투쟁을 강조했다. 정치권 역시 수서발 KTX 면허발급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철도노조의 간부들을 당사에서 보호하며 불법파업을 비호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민주당은 정부가 수서발 KTX주식회사 면허를 발급한 데 대해 강하게 비난하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의 청문회 개최를 추진을 내세우기도 했다. 정부는 코레일이 파업 다음 날인 10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수서발 KTX 법인 설립ㆍ출자 계획을 만장일치로 의결해 13일 면허 발급을 신청했고 국토부는 지난 17일 저녁 전격적으로 면허를 발급했다. ◆갈등 완전히 봉합?…향후 과제는= 정부와 코레일은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당장 풀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국회 국토위의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 운영방안부터 철도노조 파업 참가자에 대한 징계조치 등이 핵심 사안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소위는 31일 첫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철도운영체계 개편방안을 포함한 철도산업 중장기 발전방안 등에 대해 여야가 얼마나 시각을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통한 '철도 경쟁체제 구축 방안'은 철도민영화 논란과 직결되는 만큼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에서 내놓은 파업 참가자에 대한 징계 처리도 갈등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코레일은 지난 28일에 경찰에 고소된 간부 191명 중 해고자 45명을 제외한 145명과 파업을 기획ㆍ주도ㆍ복귀방해 활동을 한 노조 지역별 지부 간부 345명 등 490명을 중징계키로 한 상태다.또 서울서부지법에 116억원 상당의 철도노조의 예금과 채권, 부동산 등에 대한 가압류 신청하고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등 지도부를 상대로 77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내놓았다.국토부와 코레일은 파업철회와는 별개로 징계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어서 이에 대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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