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는 부드럽게, 신념은 분명하게' 신조…동료들과 소통원활 신임 두터워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내정자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은행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내정자는 항상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첫 지역본부장, 첫 여성 부행장 등이 그를 수식하는 단어다. 이제 첫 여성 행장이란 타이틀도 추가하게 됐다.권선주 내정자의 전문성과 소통 능력은 자타가 공인한다. 온화한 얼굴표정에 언제나 조곤조곤 얘기하는 스타일이지만 일에선 똑 부러진다. 금융위원회가 경제관료 출신이 거론되던 기업은행장에 권 내정자를 제청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태도는 부드럽게, 신념은 분명하게.' 권 내정자가 늘 강조하는 말이다. 권 내정자가 행원 때부터 금융연수원에서 제공하는 은행 업무 과정 수십 개를 모두 수료했다는 일화는 기업은행 내부에선 전설이다. 그는 여성은 물론 남성 동료들에게도 신임이 두텁다. 애로사항이나 어려움을 잘 들어주고 비밀을 지켜주면서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권 내정자는 "조직 문제의 80%는 소통 부재에서 발생한다"며 "소통이 활발해지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많이 생기고 조직 간 불필요한 갈등도 해소된다"고 말했다.권 내정자가 지점에서 카드 담당 대리로 일던 때였다. 카드 실적 보고서를 검토하던 지점장이 고객 명단을 훑어보더니 화들짝 놀라 그를 호출했다. 신규 고객 명단에 지점장의 아들 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입장에서 카드 개설을 부탁했을 때에도 냉정하게 거절하던 아들이었다. 지점장이 권 내정자에게 어떻게 고객으로 만들었는지 물었다. 권 내정자는 "직접 찾아가서 안내서에 적힌 내용을 하나하나 꼼꼼히 설명했을 뿐"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권 내정자는 원칙에 충실하다. 그가 지점장 근무 때 일이다. 하루는 은행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이 몰려와 억 단위의 고액을 맡겼다. 이런 일이 며칠간 계속됐다. 지점장 입장에서는 수십억원의 예금을 유치하는 게 실적으로 연결돼 입지를 단단히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권 내정자의 생각은 달랐다. 비정상적인 예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판단이 맞았다. 꽤나 유명한 사채업자가 사람들을 동원해 일시적으로 큰돈을 맡긴 후 여러 특혜를 달라고 요구하며 거절할 경우 일시에 돈을 다 빼겠다고 나섰다. 권 내정자는 단호했다. 그는 "고객 개인의 자금으로 실명법에 따라 예금하는 것만 취급하고 그 외의의 거래는 없다"며 바로 거절했다. 권 내정자의 스타일이 잘 묻어나오는 일화들이다. 권 내정자는 조준희 현 행장에 이어 내부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행장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금융위 제청을 받은 권 내정자는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쳐 이달 말에 은행장으로 부임할 예정이다. 권 내정자는 경기여고와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방이역 지점장, CS센터 센터장, 외환사업부 부장, 중부지역본부장, 카드사업본부 집행 부행장, 리스크관리본부 집행 부행장,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아왔다.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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