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첨단 전투기 60대를 도입하는 3차 차기전투기(FX)사업이 원점으로 되돌려진 지 3개월이 지났다. 군 당국은 당초 미국 보잉의 F-15SE, 록히드마틴의 F-35A,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중에서 F-15SE를 결정하려 했다. 하지만 지난 9월24일 제70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부결시켰다. F-15SE는 스텔스 성능이 떨어진다는 논란에 떠밀려 성능요구조건(ROC)을 급수정한 탓이다. 당시 방추위 결정은 '의외의 결과'란 평가가 많았다. 노후 전투기 도태에 따른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F-15SE를 선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 사이에서는 F-15SE를 부결시키기 위해 "방추위 전 추석연휴기간 동안 국방부 태스크포스(TF)의 핵심위원이 방추위원들에게 전화 통화를 통해 부결을 부추겼다" "미 정부가 F-35의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한국 정부에 부결을 요청했다"는 등 소문이 나돌기까지 했다. 군당국은 현재 FX기종 선택을 위한 선행연구를 진행 중이며 결과를 통해 기종, 구매방식 등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하지만 군당국이 막강한 스텔스 기능을 갖춘 최첨단 전투기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록히드마틴의 F-35A의 구입이 유력해 보인다. 이에 F-35A 도입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가격=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 중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록히드마틴의 주장대로 하면 여러 나라가 구입 의사를 밝혀 생산대수가 많아져 가격은 떨어진다는 논리다. 시장논리인 셈이다. 논리는 맞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미국 국방부는 사상 최대 규모인 2443대의 F-35기를 도입기로 했으나 이에 필요한 3920억달러의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도입 시기를 일부 연기했다. 그러나 한국 등의 도입 결정으로 F-35기가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면 가격이 크게 떨어져 미국 국방부로선 부담이 감소하는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 시장논리가 반영된 셈이다. 록히드마틴의 데이비드 스콧 F-35 국제사업개발 및 고객총괄 담당이사도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상대로 연 간담회에서 “F-35A의 가격이 앞으로 미 공군에 1763대, 해군에 680대, 해외에 800∼1500대를 판매하게 되면 2018년에는 7500만달러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생산 규모가 많아질수록 가격은 떨어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꾸로 계산해 구입국가가 줄어들면 가격이 오르게 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미 F-35A의 개발이 지연되고 가격이 치솟으면서 캐나다와 터키가 주문을 취소했고 호주, 덴마크, 네덜란드, 이탈리아는 물론 공동 생산국 영국(공군용 138대)과 미국(426대)조차 주문을 축소하거나 연기했다. 특히 생산 증가로 가격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이미 한국의 구입이 끝난 뒤일 가능성이 높다. 또 설령 전투기의 동체와 엔진 가격이 내려간다 하더라도 빈껍데기로만 운영할 수 없다. 미국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의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이 F35 42대를 구입하는 비용은 100억달러(약 10조633억원)에 이른다. 한 대당 가격은 5개 예비 엔진과 전자전 시스템, 시뮬레이터, 소프트웨어 개발 및 통합, 예비부품을 포함해 2억3800만달러(약 2500억원)다. 이스라엘은 모두 75대를 도입할 예정이며 대당 최고 1억5000만달러(약 1600억원)에 25대를 먼저 구입하고 나중에 50대를 추가 구매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이미 구입하기로 했던 나라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F35 개발 참여국인 영국·캐나다·네덜란드·이탈리아 등은 도입 물량을 축소하거나 시기를 미뤘다. 캐나다 정부는 F35 전투기 가격이 너무 높다는 지난해 12월의 감사 결과에 따라 아예 F35 전투기 도입 결정을 철회했다. 캐나다가 구매하기로 했던 가격은 대당 1억3690만달러(약 1456억원)였다. 그동안 캐나다도 F35 사업을 둘러싸고 정치권 안팎이 시끄러웠다. 언론은 연일 F35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하퍼 총리는 사회 각계로부터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받았다.
▲정해진 돈에 몇대를 살 수 있나= 방사청은 지난 입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총사업비 초과 기종과 계약하지 않을 것을 공언해 왔다. 사업비는 전투기와 엔진 7조6000억원, 무장 4000억원, 격납고 등 시설비용 3000억원 등 총 8조3000억원이다. 이 금액에서 국내에서 사용하는 비용인 내자와 무장비용을 제외하면 7조5000억원 내에서 차기전투기의 동체와 엔진(여유분 엔진 7대 포함)을 구매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차기전투기는 1대당 1억2000만달러(1250억원)에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8월 최종 경쟁입찰에서 F35A 측은 10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을 적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당 1600억원쯤 된다. 결국 정해진 가격에서 한국이 F-35A를 구입하려면 30대 이상을 구입하기는 힘들다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F35A는 여전히 개발 중이라 정확한 가격 산출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일본이 1대당 2억4000만달러, 노르웨이는 2억달러에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정부 간 계약인 대외군사판매(FMS)로 구매하기 때문에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에 필요한 기술 이전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 정부는 그동안 FMS로 판매하는 무기에 대한 기술 이전에 인색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의 반응도 싸늘하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은 정부가 차세대 전투기(FX)로 사실상 F-35A를 도입기로 가닥을 잡은 데 대해 "일본보다 불리한 조건"이라며 추가 협상 또는 재검토를 촉구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일본은 개발이 끝나지 않은 F35를 공개경쟁 방식으로 추진해 미국으로부터 무기수출 금지 해제라는 반대급부를 얻었고, 최근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미국의 동의와 지원까지 얻어냈다"며 "반면 한국은 수의계약을 택하면서 가격은 물론 성능을 보장받지 못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최악의 경우 F35의 생산이 중단되더라도 계약금조차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고, 한국이 기술 이전이나 현지 생산 없이 완제품을 구입하게 되면서 F35 유지·보수를 위해 일본 부품을 사용하거나 공군전투기가 일본에 가서 정비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개발도 끝나지 않은 F35를 국가 이익을 위한 협상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수의계약으로 결정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연계 가능성이 있는 보라매사업을 위해 지금이라도 핵심기술 이전을 받을 수 있도록 공개경쟁입찰형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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