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된 지 내일로 1주년이다. 선거운동 기간에 박 후보는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에 관한 진취적 공약을 내세워 민심을 얻었다. 창조경제를 통한 성장 촉진, 고용률 70%와 중산층 70% 달성 등의 구호도 유권자에게 솔깃했다. 최상위 국정목표는 국민행복 시대 개막으로 제시됐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국민은 과연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행복해질 거라고 기대할까. 우선 기초연금 도입과 중증질환 국가보장 정책이 공약에서 많이 후퇴함으로써 복지 확대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였다. 이는 기본적으로 국가재정의 한계 때문이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세입대책 준비가 미흡했던 탓도 크다. 정부가 부자감세 철회를 포함한 증세를 피하고 비과세감면 축소와 더불어 지하경제 양성화에 집중하다보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세무서 관리에게 시달리게 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창조경제는 여전히 그 실체가 모호하고, 시간선택제 일자리 공급 등 고용률을 높이기 정책의 효과는 아직 피부에 감지되지 않는다. 거시경제 지표는 다소 개선되는 추세다. 1분기까지 8분기 연속 0%대였던 분기 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분기부터 1%대를 유지하고 있다. 연간 성장률은 올해 2%대 후반에서 내년에는 3%대 중후반으로 올라설 것으로 대다수 경제예측기관이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성장만으로 국민행복 시대의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그러한 예측마저 실현되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해외여건은 올해보다 나아질 것 같지만, 소수 대기업 편중 성장과 눈덩이 가계 빚으로 인한 내수 위축이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정치 리더십의 기능장애도 회복기미를 보이는 경제에 걸림돌이다. 대선 1년이 됐지만 국정원 댓글에서 비롯된 대선 공정성 시비가 이어지고, 철도파업에서 보듯 사회갈등은 깊어졌다. 청와대와 여당은 갈등 해소를 위해 소통하고 포용하는 대승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이에 강경대응으로 맞선다. 그 결과 국회에서 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산업현장에서 생산차질이 커지고 있다. 현 정부의 임기는 아직 4년2개월이나 남았다. '국민행복'과 더불어 '대통합'을 외치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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