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 한빛 원자력발전소 3호기가 어제 다시 멈춰섰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로에는 문제가 없어 터빈 발전기만 수리하면 바로 재가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전이 툭하면 고장 나는 탓에 국민은 불안하다. 지난달 28일엔 고리 1호기가 발전을 정지했다. 일주일 사이에 원전 2기가 잇따라 고장이 난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23기 가운데 7기가 가동중단 상태다. 당장 겨울철 전력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7기 가동 중단으로 전력 공급능력이 8500만㎾에서 7890만㎾로 떨어졌다. 올겨울 예상 최대 전력 수요는 8100만㎾다. 공급이 200만㎾ 남짓 달린다. 정부는 케이블 교체작업 중인 신고리 1,2호기 등 3기가 이달 중 정상 가동되면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재가동이 늦춰지거나 다른 원전이 하나라도 고장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전력 수급불안 못지않은 걱정이 있다. 정비를 하고 재가동한 지 얼마 안 돼 다시 고장이 생기는 문제다. 올 들어 발생한 9건의 고장 중 8건이 기계적 결함에 따른 것이다. 이 중 4건은 정비 이후 60일 이내에 다시 고장이 났다. 특히 고리 4호기는 지난 4월 두 차례나 재가동 당일 멈췄다. 고리 1호기는 재가동에 들어간 지 53일 만에, 한울 5호기는 19일 만에 가동을 중단했다. 고장이 반복해서 생기는 원인을 찾아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 어느 원전에서 고장이 날지 모르는 상황에선 국민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1차적으로 고장 수리를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유지ㆍ보수 인력의 기술력 문제인지, 정비 불량인지를 가려 그에 합당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전력난을 이유로 재가동을 서두른 때문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 구조적인 노후화 문제가 아닌지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욕조곡선 이론에 따르면 설비의 고장률은 설치 직후 초기와 수명만료를 앞둔 폐기 직전에 증가한다고 한다. 고리 1호기는 수명을 연장해 35년째 운영 중이다. 올해 한 차례 이상 고장 난 원전 가운데 고리 4호기는 27년, 한울 1호는 25년, 한빛 3호는 18년째다. 원전 노후화 시대를 앞두고 원전 건설과 폐쇄 여부, 에너지 시스템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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