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들 '볼멘소리'...흡연실 설치를 위한 정부 지원 절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2012년 12월8일 시행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7월1일부터 연면적 150㎡ 이상의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영업소 등에서 흡연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금연법이 시행됐지만 '금연구역' 표시판은 유명무실했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회현동의 한 음식점은 담배연기와 냄새로 가득했다. 전용 흡연실은 찾아볼 수 없었고, 손님들의 테이블 위에는 재떨이를 대신하는 종이컵과 라이터 등이 놓여 있었다. "아주머니 여기 재떨이 좀 주세요"라는 손님의 말에 업주는 별다른 제지 없이 종이컵을 제공했다. PC방 역시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지만 흡연 실태는 여전했다. 새롭게 문을 연 일부 PC방을 제외하고 전용 흡연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칸막이도 없이 대부분 금연구역이라는 팻말만 붙어 있을 뿐이다. 손님과 업주들은 금연정책을 공감하면서 반응은 싸늘했다. 음식점 업주 박진모(44)씨는 "'단속에 걸릴 수 있습니다. 여기는 금연구역입니다'는 말을 수없이 했으나 손님과 싸울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종이컵을 내줄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장사도 안 돼 힘든데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가릴 처지가 못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음식점 업주 조항준(38)씨는 "금연정책으로 매출이 급감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PC방 업주 이태원(35)씨는 "PC방을 찾는 손님 대부분이 담배를 피우면서 게임을 즐긴다"며 "손님을 통제하게 되면 다른 PC방으로 이탈을 하기 때문에 이대로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하며 담배를 피우는 한 손님에게 "PC방이 금연구역인거 모르느냐"고 묻자 "요즘은 거리에서도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데 여기(PC방)에서까지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며 "게임을 하면서 담배를 안 피울 수 없어 이제는 눈치 안 보고 피운다"고 말했다. 이처럼 손님이나 업주들이 볼멘소리를 내는 가장 큰 이유는 대형 음식점이나 PC방의 경우 새로운 규제에 빠르게 적응해 실내 흡연실을 설치, 흡연·비흡연자까지 유인하고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영세한 업주들은 흡연실 설치에 따른 비용 부담과 접객면적 감소에 따른 어려움 등 이중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효성 있는 금연정책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관계자는 "최근 시민과 업주 1300명을 대상으로 금연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37.6%가 금연구역 지정에 따른 최대 피해자로 점주를 꼽았고, 흡연자가 피해자라는 주장도 27.4%에 달했다"며 "일본의 경우 금연정책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업주들이 늘자 후생노동성이 2011년부터 자력으로 흡연실 마련이 어려운 식당이나 숙박시설 등이 흡연실을 설치하면 비용의 25%, 최대 200만엔(약 3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우리나라도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양승조 의원 등 국회의원 11명은 흡연실 설치가 어려운 음식점, 공공기관 등의 흡연실 설치 신청자에게 국민 건강증진 기금으로 설치와 운영예산을 지원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담뱃세로 조성된 국민 건강증진 기금의 일부를 활용해 이들에게 흡연실 설치 지원에 쓰자는 취지다. 한국음식업중앙회 관계자는 "2015년 모든 음식점이 금연구역이 되면 영세업주는 비용 및 공간 부담으로 흡연실 설치를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 이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정부가 이러한 부작용을 빠른 시일 내 개선하고 합리적인 대안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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