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조만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공식 업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황 후보자는 법관 출신이다. 법대를 졸업한 이후 지법 판사, 고법 부장판사, 대전지방법원장 등을 거쳐 지난 4월부터는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맡아 왔다. 법관 출신이 감사원장을 지낸 사례는 적지 않다. 김영준(13·14대), 이회창(15대), 이시윤(16대), 김황식(21대) 등 90년대 이후 감사원장 8명 중 4명이 법관 출신이다.법관 출신 감사원장이 많은 이유는 뭘까. 감사 업무를 법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황 후보자 또한 다르지 않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황 후보자 인선 배경을 "(판사 시절)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했던 분으로 감사원장 직책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때문에 4대강 감사로 '정치 감사원'이냐는 비판과 함께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위기의 감사원'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적임자라는 의견도 있다.국가 최고감사기관의 수장인 감사원장에겐 또 다른 능력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들면 '경영 컨설팅' 능력 같은 것 말이다. 감사원법 규정엔 '감사원은 행정기관의 사무와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해 행정운영의 개선ㆍ향상을 도모한다'고 명시돼 있다. 행정부를 감사함에 있어 법과 원칙을 바탕으로 조목조목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향성을 제시하는 감사도 있어야 한다. 이미 민간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잘못을 잡아내는' 감사보다는 '방향을 제시하는'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점점 더 경영 컨설팅 능력이 강조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물론 민간기업의 감사와 국가기관의 감사가 똑같을 수는 없다. 서로 추구하는 목표와 비전이 다른 만큼 감사의 방식이나 철학 등이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가 지금처럼 법과 규정에 따라서 잘못된 부분만을 잡아내는 감사에 그친다면, 박근혜정부가 추구하는 공공부문 개혁이나 공기업의 방만경영 일소도 결국은 공염불에 그치게 될 것이다.묘하게도 대통령 비서실장도 법대 출신이고, 국무총리도 법대 출신이다. 정부 요직에 법대출신, 판검사 출신이 많다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박근혜정부의 핵심 가치인 '창조경제'와는 뭔가 거리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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