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비트코인은 민간화폐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상원 국토안보정부위원회 비트코인 청문회에 앞서 위원회 앞으로 보낸 서한을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비트코인에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트코인 같은 형태의 새로운 통화를 규제할 의사도 없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ㆍ증권거래위원회(SEC)ㆍ연방수사국(FBI) 등 다른 정부기관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버냉키 의장의 언급으로 이날 일본 소재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틴곡스에서는 비트코인 가치가 비트코인당 900달러(약 95만6250원)선으로 치솟는 초강세를 보였다. 급기야 28일에는 1000달러를 터치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의 초강세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미국의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 스티븐 킨셀라는 "비트코인이 갖고 있는 것은 사용가치가 아닌 교환가치"라며 "따라서 실질 자산의 원래 가치가 떨어질 경우 비트코인에 거품이 생기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는 역으로 사람들이 실제화폐보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를 더 신뢰하게 되면 가상화폐가 교환수단으로 널리 쓰일 수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은 국가가 발행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결제수단이 될 수 없다. 영국의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는 1998년 논문 '화폐의 두 개념'에서 "국가가 통화시스템을 통제한다"며 "국가는 화폐 발행권을 유용한 매출 수단으로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니 비트코인이 국가 매출원인 실제화폐를 대체하도록 국가가 가만히 놓아둘 리 없다는 게 킨셀라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러나 독일은 비트코인 사용이 늘자 이에 과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나섰다. 지난 8월 독일 재무부는 비트코인을 '계산 단위'로 인정했다. 계산 단위란 화폐 본연의 기능 가운데 하나다. 독일 재무부는 비트코인이 민간화폐로 기능한다고 본 것이다.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 바이두(百度)는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허용했다. 최근 전자상거래업체 e베이는 새로운 지불수단 도입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고려 대상에는 비트코인도 포함된다. 지난달 캐나다에서는 비트코인을 실제 화폐로 바꿀 수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까지 등장했다. 등록금을 비트코인으로 받겠다는 대학도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국가인 키프로스의 니코시아 대학은 수업료 등 각종 비용을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게다가 디지털 화폐 석사 과정까지 개설해 키프로스를 가상화폐의 허브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로마제국 붕괴 이전부터 시장은 로마의 화폐 대신 물물교환으로 돌아섰다. 사실 비트코인의 뜨거운 인기는 기존 화폐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비트코인과 관련해 우리 당국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자료에서 "비트코인을 지급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세계 온라인ㆍ오프라인 매장 수가 800여개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경우 비트코인을 받아주는 매장이 아예 없어 통용성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비트코인 온라인 거래소가 해킹 당해 비트코인 가격이 이틀 사이 80% 폭락한 사례를 들어 "불안정한 가치 탓에 비트코인이 향후 지급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급수단의 다양화가 현금통화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연구할 것"이라고 덧붙인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비트코인거래소가 설립되는 등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비트코인을 흥미로운 일개 발명품으로 간주해 대학에서 강의 주제로만 다룰 수는 없다는 말이다. 역사상 숱한 민간화폐가 등장했다 사라졌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둘러싼 현황은 과거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진수 국제부장 comm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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