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어제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한 단계 낮췄다. 2011년 이후 2년 새 3번째 강등이다. B등급은 외환위기 직후를 제외하곤 지난해가 처음인데 이번에 더 내려갔다. 투자적격 등급 가운데 밑에서 두 번째다. 그만큼 포스코의 대외신인도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강등 이유는 부채 과다와 수익성 악화다. 무디스는 높은 수준의 부채와 철강업계 어려움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올 3분기 영업이익은 632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8% 감소했다. 2004년 25%를 넘었던 영업이익률이 4.2%로 추락했다. 세계적 철강기업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 등 외부 요인 외에도 무리한 인수합병과 사업확장 등 내부 요인이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09년 초 이구택 전 회장의 낙마로 취임한 정준양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 등 인수합병과 해외 및 국내 제철소 건설에 10조원 가까운 돈을 투입했다. 2009년 36개였던 계열사가 지난해 71개로 불어났다. 하지만 글로벌 불황을 무릅쓰고 벌인 투자는 재무구조 악화와 주가하락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009년 50%대 중반이던 부채비율이 올 2분기 90.5%로 불어났고 60만원대였던 주가는 반토막났다. 급기야 '정준양 책임론'이 불거졌다. 국세청 세무조사 등 박근혜정부의 압박에 세계철강협회장 취임으로 맞서던 정 회장도 결국 이달 중순 사의를 표명했다. 포스코는 지금 수익악화와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라는 내우외환에 휩싸였다. 공기업이었던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됐다. 정부지분이 한 주도 없는 민간기업이지만 정권마다 입맛에 맞는 인물을 CEO로 앉혔다. 이 과정에서 정권실세의 입김이 작용했고, 이런 인사행태는 CEO의 활동영역을 제한하기 마련이다. 회장선임 과정에서 정권에 빚을 진 탓에 정권코드에 맞춘 무리한 경영으로 이어진다. 결국 다음 회장을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경영능력과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따져야지 또다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해선 안 된다. 하지만 들려오는 소식은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대선후보 시절 낙하산 배제를 외쳤던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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