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의 국채 금리가 9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중국 경제의 원만한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신용증가 억제에 힘을 주고 있는 터라 국채 금리 상승이 자칫하면 경제 전반의 성장 둔화로 이어져 세계 경제 회복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25일(현지시간) 전했다.중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25일 4.65%를 기록했다. 지난 20일에는 4.72% 까지 올라 2005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가격은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돤지화(段吉華) 궈하이(國海)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국채금리 상승은 중국 금융시장의 유동성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정부가 신용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더 타이트한 통화정책을 펼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문제는 국채금리 상승이 중국 전반에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자금조달을 위해 채권 시장에서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은 요즘 회사채 금리 급등으로 죽을맛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가장 높은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금리는 현재 6.21% 수준으로 2006년 이후 가장 높다.정부기관들도 채권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힘들어지고 있다. 중국 인프라 투자에 자금줄 역할을 하던 국책은행들은 이미 채권발행 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발행 시기를 연기하는 실정이다. 지난주 중국개발은행은 냉랭해진 채권시장의 분위기를 감안해 채권발행 규모를 기존 240억위안(약 39억달러)에서 80억위안으로 줄인데 이어 발행 일정도 뒤로 미뤘다. 중국수출입은행과 농업개발은행도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던 계획을 연기했다. 중국의 채권발행 규모는 하반기 들어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파이낸셜 차이나 인포메이션앤테크놀로지(FCIT)에 따르면 중국의 10월 채권 발행액이 6873억6000만위안을 기록해 8월(9081억3000만위안), 9월(8221억4000만위안)에 이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올해 '꼭지'였던 4월 발행액 9081억3000만위안과 비교하면 규모가 24%나 줄었다.중국 정부의 신용증가 억제 의지로 은행들도 상당한 자금조달 압박을 받고 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빈번하게 공개시장조작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중단한 탓에 은행 간 단기대출 금리 지표로 쓰이는 7일물 환매조건부 채권(RP) 금리는 현재 5.94%까지 올라간 상태다. 최근 몇 년간 단기금리가 평균 2~3%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높아진 것이다.중국 전문가들은 정부가 '그림자금융'을 솎아내고 '신용증가에 의존한 경제성장'이라는 수식어를 빼기 위해 유동성 고삐를 죄려 하는 만큼 당분간 중국의 장·단기 금리 급등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웬디 천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부는 적어도 향후 몇 달 동안은 긴축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계속 높아질 경우 중국의 실물 경제는 큰 짐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WSJ도 채권금리의 지속적인 상승과 은행들의 유동성 조달 압박은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약하게 만들어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되고, 결국 주식·통화·상품 시장의 투자 열기에도 찬물을 끼얹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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