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고생들이 만든 창의적 금융상품

위치기반 서비스(GPS)를 활용해 은행이 지정한 문화재를 찾아가 애플리케이션을 작동시켜 자신이 어디 있는지 보낸다. 고객 위치와 문화재 위치가 일치하면 예금금리가 올라간다. 이름하여 '문화재 사랑 예금'. 올해 세 번째로 본사와 IBK기업은행이 공동주최한 '2013 금융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킴으로써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와 맞고 독창성ㆍ상품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을 금융에 결합시킨 융합상품이다. 특성화학교인 대동세무고등학교 2학년 같은 반 여학생들이 개발했다는 점이 놀랍다. 창덕궁 등 문화재가 많은 서울 북촌에 학교가 있어 문화재 탐방과 금융을 결합하자고 생각한 것이 계기였다. 이런 게 창조경제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제조업ㆍ서비스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 아이디어는 우리 주변에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 유학 온 조선족 출신 중국인 여대생은 'Korea all in one 예금ㆍ체크카드'로 우수상을 받았다. 중국인이 현지 기업은행에 예금한 뒤 카드를 발급받아 한국 관광길이나 온라인쇼핑 때 쓰면 환전의 불편과 수수료 부담을 덜 뿐 아니라 현금인출 수수료 면제, 관광ㆍ쇼핑대금 할인 등 부가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국내 관광과 친구 부탁으로 물건을 사면서 체험한 불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국내 은행들이 외쳐온 금융의 세계화를 촉진할 수 있는 착상이다. 급증하는 중국 중산층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특화된 금융서비스이자 이들을 우리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집단화함으로써 한국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을 주는 효과가 기대된다. 은행ㆍ증권 등 금융권 전체에서 상품 베끼기 관행은 심각하다. 엇비슷한 상품으로 좁은 국내 시장에서 도토리 키재기식 영업을 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해도 교포나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을 상대로 장사하는 게 고작이다. 박근혜정부가 국내 금융산업 비중을 현재 7%에서 10년 내 10%로 끌어올리자는 '금융비전'을 다음 주 발표한다. 하지만 상품 하나 독창적으로 만들지 못하는 현실에선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남의 것 베끼기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금융상품을 수출하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금융이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얘기를 언제까지 들을 것인가.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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