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실효성 없는 '특단의 동양대책'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동양그룹 사태가 터진 직후 금융당국이 재발방지와 함께 약속한 부분은 금융감독대책의 실효성이었다. 동양그룹 구조조정을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 체결로 끝낸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금융당국이 21일 발표한 동양사태 재발방지대책은 그러나 당초 의도했던 실효성 높이기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관리 소홀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자 오히려 필요 이상의 규제책을 내놓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대부업체 규제 강화만해도 그렇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번에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에 대해 이중 규제장치를 마련했다. 대주주와의 거래한도를 자기자본의 100%로 제한한데 이어 금융회사가 최대주주인 대부업체에 대해서는 아예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막기로 한 것이다.하지만 두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대부업체는 동양그룹 계열의 동양파이낸셜대부가 유일하다. 동양그룹 계열사가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회사가 최대주주인 대부업체는 사실상 없다. 적용대상이 없는 규제가 될 수도 있다.금융위가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를 직접 감독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힌 것도 전혀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다. 이미 지난 9월 발표한 '대부업 제도개선방안'에서 채권추심을 전문으로 하거나 규모가 큰 대부업체를 추가했을 뿐이다. 금융당국은 위기가 터질 때마다 으레 고강도 대책을 쏟아낸다. 하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 지에 대해서는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는다. 전시 행정이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이유다.동양사태는 이미 만들어진 제도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뚝딱 만들어내는 '보여주기식 대책' 보다 현행 감독제도에서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게 일의 순서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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