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로 들어온 게임 'G러닝' 다시 뜬다

게임중독 논란속 G러닝 주목…중독성 낮고 효과는 입증

미국 LA 컬버시에 위치한 라발로나 초등학교 (La Ballona Elementary School) 5학년 학생들이 수학 수업 시간에 G러닝 콘텐츠로 수업을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국내 최대규모의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3' 기간 중인 지난 16일 부산 벡스코에서는 한국게임학회가 주최한 '2013년 추계학술대회'도 함께 열렸다. 이날 대회에서 특히 주목을 받은 이는 세션 E에서 '왜 미국 초등학생은 G러닝에 몰입했는가'라는 논문을 발표한 위정현ㆍ위여경 부녀였다. 아버지 위정현씨는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겸 콘텐츠경영연구소 소장이고 딸 여경양은 한국외국인학교에 재학중인 고등학생(2학년)이다. 학회사상 고교생이 논문발표자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 교수는 200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G러닝의 개념을 소개하고 확산시킨'G러닝의 원조'로 불린다. G러닝(Game Learning)은 게임을 활용한 교수학습 방법으로서 수십명 이상이 참여할 수 있는 롤 플레잉 게임을 통해 수학,과학,영어 등을 배우는 것이다. G러닝은 새로운 학습법으로 주목받으면서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협력해 2009∼2012년 시범사업을 실시했고 미국, 베트남,일본의 공교육에 정식으로 진출되는 성과도 거두었다. 그러나 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에서의 확산 속도는 더디다. 정부 차원의 예산이나 정책적 지원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여기에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지스타 2013 행사는 물론 이번 학회에서도 주요한 이슈였다.

국 LA 컬버시에 위치한 라발로나 초등학교 (La Ballona Elementary School) 5학년 학생들이 수학 수업 시간에 G러닝 콘텐츠로 수업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위정현 교수.

그러나 위 교수는 "게임중독과 G러닝은 본질적인 차이가 크다"고 말한다. G러닝은 게임의 재미와 몰입도를 활용해 학습의 흥미와 성취를 유발하는 것이고 학생이 학부모를 피해 숨어서 하는 게임이 아니라 학부모가 보는 가운데 공부와 게임을 같이 하는 것으로 중독성에 대한 우려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위 교수 부녀가 2010년 미국 LA에 위치한 라발로나 초등학교 5학년 1개 학급 27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G러닝 수업의 효과성을 분석한 결과, 하위 3분의 1은 사전성취도에 비해 65%의 향상률을 기록했고 상위 3분의 1은 12%의 항상률을 보였다. G러닝 효과에 대한 의견과 흥미 역시 수업전과 수업후가 달라졌다. 특히 27명의 학생이 작성한, A4 54페이지 분량의 소감문에 등장한 1만4540개의 단어를 분석한 결과, 학생들은 G러닝의 학습과정과 흥미도에 대한 부분에서 good(좋다), fun(재밌다), learn(배우다), accomplish(달성하다), easy(쉽다), quest(게임의 임무)와 같은 어휘를 표출했다. 학생들이 G러닝을 재미있어하며 성취감도 높다는 것으로 풀이된다.위 교수는 "특이한 점은 학생들이 help(돕다)라는 어휘를 133회, group(그룹)라는 어휘를 97회나 사용함으로써 협동학습과 리더십에 대한 의견을 대거 표출했다는 것"이라면서 "개별학습과 함께 협동학습의 구조가 설계돼 있어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이 상호협력해 퀘스트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익숙하지 않은 협동학습의 수행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동시에 이러한 과정은 G러닝과 학습에 대한 강한 동기 부여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LA에서 G러닝의 효과가 알려지자 최근 시애틀교육청은 위 교수측이 G러닝에 대한 문의를 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위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콘텐츠경영연구소가 일본 최대 통신사 NTT와 제휴해 일본 가고시마현 지역 3개 초등학교 정규 수업 시간에 온라인게임 기반 수학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유석초등학교 학생들이 게임을 이용해 체육을 즐기고 있다.<br />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사립 유석초등학교는 2012년 5학년, 올해 6학년을 대상으로 G러닝 수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G러닝은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KINECT(키넥트)를 활용한다. 키넥트는 카메라 센서가 학생들의 움직임을 인식해 게임 속의 캐릭터가 움직이게 한다.주로 체육 시간에 G러닝이 이뤄지고 있으나 필요에 따라 영어, 음악, 수학, 과학 등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과학 수업이라면 속도를 구할 때 키넥트 달리기 활동을 통해서 기록을 측정하고, 계산을 통해서 속력을 구하는 식이다. 다양한 악기 연주를 하면서 음악 공부를 할 수 있고 여러 동물의 식습관과 생활 패턴을 익힐 수도 있다. 김수호 교사는 "학생들은 G러닝으로 수업할 경우에는 그 어떤 수업보다도 적극적으로 참가하며 즐거움을 느낀다"면서 "학부모들도 초기는 걱정이 됐지만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활동이면서 단순한 놀이 활동이 아닌, 교과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고 미래의 인터페이스를 미리 경험해 본다는 차원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김 교사는 "어른들의 시선으로 게임이 단순히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보다 이에 대한 관심을 수업에 최대한 도입하고 활용한다면 그 어떤 수업보다도 만족스러운 수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립에 비해 재정여건이 열악한 공립초등학교에서 이 같은 수업을 진행하기는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고가의 대형 TV에 게임관련 장치를 구매해야 하고 소프트웨어도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한다. G러닝이 공교육의 공립학교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적, 정책적 지원과 게임업체 등 민간과 학계의 유기적인 협조체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위정현 교수는 "G러닝은 소프트웨어가 중심이어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마트교실, 스마트러닝에 비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도 효과성을 입증받았다"면서도 "G러닝은 한국이 가장 먼저 시작한 선진국인데 정부와 업계가 관심을 가지 않으면 미국, 일본 등이 우리로부터 배운 노하우로 세계 교육시장에 먼저 진출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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