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어제 환경공단 설계심의분과위원으로 일하면서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김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공무원이 아니라도 공무를 수행하며 부정한 돈을 받았으면 공무원으로 간주해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공무원 의제 규정 없이 민간인을 공무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원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민간인에 대한 공무원 의제(擬制ㆍ법적 취급에 있어 동일한 것으로 간주함) 규정 미비로 인해 빚어진 혼선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혼선을 막을 제도적 대안을 내놨다. 공무를 수행하는 민간인도 금품 등을 받는 경우 공무원과 같이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도록 모든 중앙행정기관에 권고한 것이다. 공무원 의제 범위를 명확히 하고 폭도 넓히자는 것이다. 확대 대상은 전체 공공기관 임직원, 각종 정부위원회 민간위원, 민간 위탁업무 수행자 등이다. 현재는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코스콤, 한국표준협회 등 일부 기타 공공기관은 공무원 의제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적용 공공기관도 하위직은 제외한 임원 또는 과장급만 대상인 경우가 많고 민간인의 경우는 대부분 빠져 있다. 권익위 권고의 핵심은 처벌 강화다. 금품을 받은 사람이 민간인이면 배임수재죄가 적용된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공무원이면 뇌물죄가 적용돼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로 처벌 수위가 한층 높아진다. 공무원 의제 범위를 확대해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공적 영역에서 일하는 민간인도 공무원과 같은 윤리의식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특히 금품을 받은 사람이 공무원(의제)이라면 준 사람은 뇌물공여죄가 성립돼 역시 더 강한 처벌을 받게 된다. 경각심을 주어 부정부패 예방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권익위는 공무수행 민간인도 이해관계자의 로비 대상이 되기 쉽고 실제로 이들의 부패행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종사자 중에선 실무자인 하위직원의 금품 수수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만연한 부패를 뿌리뽑으려면 척결 의지와 함께 강력한 제도가 필요하다. 공직 주변의 비리 청산을 위해 공무를 수행하는 민간인에게도 뇌물죄를 적용하는 게 옳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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