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사가 만든 스마트 기기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짝퉁 강대국 중국. '짝퉁의 짝퉁'까지 등장하며 짝퉁 시장이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 불법 복제가 아닌, 합법적인 사업 허가를 내고 자체 브랜드까지 개발하며 급성장하는 글로벌 '세력'이 됐다. 지난 13일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No.1'은 또 다른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의 제품을 모방해 신제품을 출시했다. 그만큼 샤오미라는 업체는 이미 중국 내에서 큰 영향력을 행세하는 브랜드가 됐다는 의미다.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샤오미도 '짝퉁'으로 성장한 회사라는 것. 샤오미는 노골적으로 애플의 '모든 것'을 따라했다. 1년에 한 가지 모델만 발표하며 모델명도 애플과 유사하게 지었다. 심지어 공개 프레젠테이션에 나서는 최고경영자(CEO)의 패션까지도 따라하며 스스로 '애플의 동생'이라고 자처했다.이렇게 성장한 샤오미는 올 3분기 중국에서 스마트폰 510만대를 판매하면서 애플을 2분기 연속 따돌렸다. 시장점유율 6.4%를 기록하며 중국 스마트폰 판매 순위 5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구폰'의 경우도 같은 맥락이다. 구폰은 지난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아이폰5'인 '구폰i5'를 내놓으면서 많은 네티즌들을 놀라게 했다. 뿐만 아니라 구폰i5의 디자인을 중국 특허청에 등록하면서 애플이 중국에서 아이폰5를 팔지 못하게 판매금지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혀 '웃픈(웃기고 슬픈)' 해프닝을 만들기도 했다. 구폰은 이어 애플의 아이패드 미니 출시 하루 만에 '구패드 미니'를, 아이폰5s·5c 출시 이전부터 이미 '구폰i5S', '구폰i5C' 판매를 시작했다. 갤럭시 S4와 갤럭시 메가의 모방품 구폰S4, 구폰S4 메가 등도 잇따라 출시했다.'패스트 카피어(fast copier)'에 머물 것 같았던 구폰은 최근 '유행 선도자'로의 탈바꿈을 시도했다. 삼성전자가 촉발한 스마트워치 전쟁에 참전한 것이다. 1.5㎓ 듀얼코어 프로세서에 512MB 램, 5MP 카메라, 4GB 저장공간을 탑재해 성능도 타사 제품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또 '짝퉁폰'의 이미지가 강했던 화웨이도 최근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성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의 13.7%인 5조50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지난 3분기에는 LG전자를 추월해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떠올랐다. ZTE 역시 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ZTE는 퀄컴과 인텔 등으로부터 칩을 공급받아왔지만 최근 자체 개발에 성공한 쿼드코어 탑재 스마트폰 'U988S(148g)'를 선보였다. 또 옥타코어 제품 개발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ZTE는 내년 미국시장에서 30% 이상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들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2억1390만대. 중국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86%로 일본(24%)이나 미국(19%)의 3~4배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메이드인 차이나'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며 "저가의 짝퉁 제품으로 시장을 파고든 제조사들이 점차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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