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무단 삭제 결론 백종천·조명균 불구속 기소(상보)

2007년 10월3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기념촬영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검찰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무단 삭제됐다고 결론 내고 회의록 생산·보존을 책임진 참여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을 사법처리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는 15일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및 공용전자기록등손상죄로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실무 차원에서 삭제에 관여한 나머지 관련자들은 따로 입건하지 않았다. 당초 이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에서 비롯됐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월 “국정원이 보관한 회의록에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취지 발언을 직접 확인했다”고 발언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회의록 무단 열람 책임을 물어 남재준 국정원장 등 국정원 관계자와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국정원은 발췌본과 함께 일반문서로 재분류된 회의록 전문을 여야에 공개했다. 정치권의 관심이 회의록 원본에 쏠리면서 여야는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을 찾아 검색했으나 회의록을 찾지 못했고, 새누리당은 이른바 '사초(史草)실종'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7월 고발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채 회의록의 은닉, 폐기, 삭제, 절취 행위 등에 가담한 인물을 모두 처벌해달라고 검찰에 고발했다. 여당 고발 직후 검사 7명 등 총 17명으로 수사팀을 꾸린 검찰은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하고,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민주당 의원 등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근무자 49명을 불러 조사했다.검찰은 91일 동안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참여정부 대통령기록물 755만여건을 압수·열람한 결과 회의록을 찾지 못했다면서, 대신 봉하 e지원(e-知園)에서 이른바 ‘복구본’과 ‘발견본’ 2개의 회의록을 찾았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은 2010년 10월9일 참여정부 기록물관리시스템인 e지원을 통해 보고했고, 백 전 실장의 중간 결재를 거쳐 노 전 대통령이 같은 달 21일 최종 결재했다. 검찰은 이후 수정·변경을 거친 회의록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은 국정원에 1급비밀로 보관하고, e지원에 있는 회의록은 청와대에 남겨두지 말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듬해 1월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은 회의록 사본을 국정원에 넘겨 1급 비밀로 생산되도록 하고, 앞서 결재된 회의록 파일은 e지원 시스템을 관리한 업무혁신비서관실을 통해 ‘삭제매뉴얼’에 따라 파기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일부 참여정부 관계자들의 ‘e지원 시스템에는 삭제 기능이 없다’는 주장과 달리 개발업체가 작성해 준 ‘삭제매뉴얼’에 따라 다수의 대통령기록물이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수정·변경된 회의록의 경우 조 전 비서관이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정원과 협조해 꼼꼼히 점검·수정했다’며 ‘보안성을 감안해 e지원 문서관리카드에서는 삭제하고, 대통령께서 접근하실 수 있도록 올린다’는 메모보고와 함께 e지원에 등재됐다. 이들 회의록은 e지원을 통째로 복사한 봉하e지원에 그대로 담긴 채 봉하마을 사저로 옮겨졌다가 이후 국가기록원에 반환됐다. 참여정부 측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정·보완 지시에 따라 수정본이 생산된 만큼 초본이 이관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당연하며, 초안 삭제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또 수정본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은 것은 e지원 초기화 작업과 맞물린 조 전 비서관 등 실무진의 실수로 고의적이지 않았다고 해명해 왔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문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회의록 미(未)이관 경위에 대해 검찰은 e지원에 대한 청와대 일반 사용자들의 접속이 차단된 상태에서 회의록 수정본이 등재돼 결과적으로 대통령기록원이 아닌 봉하e지원에만 회의록이 남은 만큼 실수가 아닌 고의로 빚어진 일로 해석했다. 회의록 초본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초본과 수정본 모두 완성된 형태의 회의록으로 내용 면에 있어 어느 쪽이 더 사료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단정할 수 없고, 다른 정상회담 회의록의 경우 수정 전후 회의록이 모두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이관·보존된 사례가 있다며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고 결론 냈다. 검찰은 결과적으로 회의록이 국정원에 남겨졌다 하더라도 대통령기록관의 문서보존과 국정원의 문서관리는 취지·절차에 있어 차원을 달리하므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비록 회의록 초본이 표제부만 삭제됐으나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문서 이용이나 존재 확인이 불가능해 단순 표제부 삭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자세로 수사에 임했다”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과 관련된 역사적 진실에 대한 논란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고 종식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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