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등 총대 메고 과감한 채용 내놓자 현대차·두산 등 고심-비유통분야 車·船·重 '숙련 노동자' 많아 곤란…노조·비정규직 마찰도[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정부의 시간선택제 도입 확대 방침에 삼성그룹 등 국내 주요 그룹이 화답하고 나선 가운데 현대차 등 숙련 근로자가 필요한 중후장대 사업장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파트타임 등 시간제 일자리에 익숙한 유통업체들은 인력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자동차와 조선, 중공업 등 중후장대업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은 시간선택제 도입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근로자의 업무 및 기술 숙련도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이 좌우되는 산업의 특성상 시간제 일자리 도입이 여의치 않다. 또 이들 업종은 노조 등의 반발로 근무형태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이에 따라 시간선택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그 수는 제한적이며 연속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해당 기업들이 시간제 일자리 정책에 난감해하고 있는 상황이다.◇재계 일자리 창출 위해 시간선택제 도입= 삼성그룹은 오는 18일부터 시간선택제 근로자 취업 지원서를 받는다. 삼성은 12월 서류전형 및 내년 1월 면접을 통해 6000명의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선발할 계획이다. 이번 시간선택제 선발에는 삼성 20개 계열사가 참여한다.제조업 기반의 삼성이 시간선택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국내 노동시장이 삼성의 결정을 반기고 있다.시간선택제 일자리의 가장 큰 수혜자는 30∼40대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 50대 이상 장년층으로 꼽히고 있다.삼성은 시간선택제의 취지에 맞게 결혼과 육아 문제로 경력이 단절된 후 재취업을 원하는 여성에 초점을 맞춰 선발할 계획이다.또 55세 이상 은퇴자도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된다.삼성 이외에 롯데 2000명, 신세계 2068명, SK 500명, CJ 500명, LG 500명, 한화 150명 등 주요 그룹이 시간선택제를 도입기로 하고 세부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시간선택제, '대략난감'한 기업= 재계는 고용창출이라는 점에서 시간선택제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하지만 제조업 등 전 업종에서 시간선택제를 도입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와 조선, 중공업 등은 시간선택제 도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일을 지속해야 하는 인력이 대부분"이라며 "시간제 일자리도 일자리 창출 방법의 하나인 만큼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시간선택제 채용은 쉽지 않다는 뜻이다.또 노조와의 마찰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타 업종에 비해 자동차업종은 노동경직성이 심하다"며 "생산인력은 이미 주간연속 2교대제로 돌아가고 있어 시간제 근무 개념 적용은 어렵다"고 말했다.두산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두산 관계자는 "(근무 형태에 대해) 여러 가지를 검토 중이긴 하지만 (시간선택제 일자리 같은) 그런 계획은 없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조업 기반의 그룹들이 주력 계열사보다 서비스 등 비주력업종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150명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한화는 오는 26일 10대그룹 시간제 일자리 채용박람회에 호텔&리조트, 한화갤러리아, 한화손해보험 계열사만 보낼 예정이다. 당초 180명을 뽑겠다고 했다가 500명으로 수를 늘린 SK는 고객센터인 서비스에이스, 사회적 기업 행복나래 등이 박람회에 참가한다.◇시간선택제는 만병통치약(?)= 재계와 함께 정부도 오는 2017년까지 7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 교사, 공공기관 직원 등을 합쳐 모두 1만7000명을 시간선택제를 통해 뽑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오는 2017년 고용률 70% 달성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시간선택제 선발 근로자가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이라는 점에서 노동의 질이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그러나 이번 시간선택제 도입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감이 없지 않다. 삼성이 내년 선발하는 시간선택제 인원은 6000명. 올해 삼성 전체 채용 인원이 2만6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20%에 해당되는 수다.단순 계산상으로 보면 이는 삼성 전체 채용인원의 10%를 늘릴 수 있는 인원이다. 역으로 말하면 시간선택제가 삼성 청년 일자리 10%를 줄인 셈이다.또 비정규직의 잠재적 반발도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노동시장의 최대 현안인 상황에 4시간 또는 6시간 정규직 근로자는 또 다른 계층 간 갈등을 자아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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