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2일 국무회의에서 지방재정·지방공기업에 대한 중앙 정부 관리감독 강화 관련 법안 확정...지자체들 '지방자치 침해' 반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들어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6공화국 헌법에서 부활된 '지방자치'가 후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정부가 재정 건전성 강화ㆍ체계적인 조직 관리 등을 이유로 지자체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열어 지방자치단체의 투자 사업ㆍ부채 등 재정 부문과 지방 공기업에 대한 중앙 정부의 관리ㆍ감독 강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개정안'과 '지방자치단체 출자ㆍ출연 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각각 확정했다. 이 두 법안의 내용은 한마디로 지자체장의 재정 투자와 출자ㆍ출연 기관 운영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일부 지자체장이 선거 등을 의식해 무리한 재정 투자 사업을 강행, 부실화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함에 따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또 지자체장이 산하 공기업(출연ㆍ출자 기관)을 마음대로 주무르면서 부실 경영ㆍ낙하산ㆍ채용 비리 등이 난무했던 것도 바로잡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재정법' 개정안의 경우 우선 지자체들의 각종 사업에 대한 투자 심사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타당성 조사도 강화하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직접적인 재정투자사업만 투자 심사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지급 보증ㆍ협약, 확약 등도 투자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또 대규모(500억원 이상) 투자에 대한 타당성 조사는 안행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 기관이 직접 수행하도록 했고, 투자 사업별 추진 상황과 담당자 공개도 의무화된다. 그동안 일부 지자체들이 대규모 투자 사업을 진행하면서 투자 심사를 피하기 위해 지급 보증 등 우회적인 경로를 택하는가 하면 타당성 조사도 지자체장이 지정한 기관에서 수행함으로써 전문성ㆍ객관성 등이 떨어져 부실 사업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정부는 또 지자체의 우발적 재정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재정 위험의 관리기준을 기존의 직접 채무 위주에서 발생주의 복식부기에 의한 부채로 전환하기로 했다.관리 범위도 지방공기업ㆍ출자ㆍ출연 기관뿐만 아니라 보증 등에 따른 우발 채무까지 확대해 지자체들이 이를 통합 관리해 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국고보조금 사업 수행 전 과정을 안행부 장관이 직접 관리하도록 했다. 정부 3.0 기조에 따라 재정공시 항목에 통합부채ㆍ우발부채ㆍ투자심사사업ㆍ보조금 지급 내역ㆍ감사원 감사 결과ㆍ지방교부세 감액 사항 등을 포함시키는 등 주민들에게 재정 관련 정보를 최대한 많이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민간단체 지원 등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지방보조금은 원칙적으로 공모에 따라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매년 성과 평가를 하도록 했다. '지자체 출자ㆍ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그동안 구체적인 기준이 없었던 전국의 460개 지자체 출자ㆍ출연기관들의 임직원 채용 절차, 인사ㆍ조직 관리, 예산 집행 등에 대한 운영 기준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영 평가 및 이를 통한 자치단체장의 경영상 조치 사항 등도 있다. 정부는 이날 확정된 법안을 조만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제출해 통과되는 대로 공포ㆍ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자체들은 "지방자치 침해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정부가 한국전력ㆍ한국토지주택공사(LH)ㆍ수자원공사 등 중앙 공기업의 부실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제재나 감독은 외면한 채 지방 공기업에 대해서만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것은 지방 분권에 역행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2011년 말 기준 중앙공기업의 부채는 284조원이지만 지방공기업은 69조1000억원으로 '새발의 피' 수준이다. 재정 투자에 대한 안행부 장관의 감독 강화 등도 "누가 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지방의회 권한ㆍ역할 강화가 더 나은 대안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실장은 "지방자치의 후퇴를 가져 오는 법률들"이라고 반발했다. 김 실장은 "재정 투자에 대한 타당성 조사는 현재도 안행부 장관이 지정한 전문기관에서 대부분 하고 있다"며 "시도의회에서도 심사를 해 거르고 있는 상황에서 자치단체에 대한 지나친 관여로 볼 수 있다. 중앙 부처가 한 투자 사업이 모두 성공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로 말했다.김 실장은 지방공기업 감독 강화에 대해서도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중앙이 컨트롤한다고 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시스템"이라며 "자치단체가 책임을 갖고 자체 사업을 자기 자원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