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협의 비리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불거진 사건들을 보면서 또 다시 복마전 농수축협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온갖 유형의 비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것도 모자라 거액 횡령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경남 통영해양경찰서는 어제 통영시 사량수협의 한 직원이 최근 4년 동안 마른 멸치 구매내역을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공금 130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횡령한 돈을 차명계좌에 넣어 관리하면서 여러 채의 아파트 구입, 고급 외제 승용차 임대 등에 사용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경남 고성군 고성수협의 20대 여직원이 고객예금 12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 4일에는 전남지방경찰청이 해남군 옥천ㆍ황산 두 농협의 조합장 등 임원들이 묵은쌀과 햅쌀을 섞은 것을 햅쌀로 속이거나 일반 쌀을 친환경 쌀로 속여서 대량 판매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전북지역 축협조합장 10명은 2010년부터 3년간 유럽과 하와이 등지를 부부동반으로 여행하면서 축산사료를 납품하는 농협사료에 여행경비 1억1400만원을 부담시켰다가 입건됐다. 최근 몇 달 새 드러난 비리사건은 이 밖에도 부지기수다. 신용불량자여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수억원대 금품과 향응을 받은 수협 지점장도 있고, 허위 물품구입 서류를 근거로 대금을 송금한 뒤 잘못 보냈다고 연락하여 다른 계좌로 반환케 해 착복한 농협 하나로마트 점장도 있다. 농수축협이 이렇게 비리 백화점이 된 것은 내적ㆍ외적 통제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이 크다. 중앙회에서부터 단위조합에 이르기까지 임직원의 준법 여부를 상시 감시할 수 있는 내부 통제체제를 자체적으로 재점검ㆍ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각급 조합의 운영에 관한 정보에 조합원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여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외적 통제체제를 강화하는 일에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협동조합을 주식회사처럼 다룰 수는 없겠지만, 농수축협은 300만 농어가 인구의 권익과 직결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자율감시에만 맡겨놓을 수 없다. 기획재정부ㆍ금융감독원ㆍ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부서가 농수축협과 협의해 외적 통제체제를 혁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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