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우리나라 선사는 유동성 부족에 침몰 직전이다. 하지만 국책은행은 외국계 선사 자금지원에 나서고 있다. 역차별 아닌가?"10만 선원들의 대표(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들이 지난달 28일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만나 이같이 호소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라인(MAERSK LINE)에 12억달러(1조3000억원)의 선박금융자금을, 미국 선사인 스콜피오탱커스에 1억2000만달러(1300억원)의 선박채권보증을 지원한 것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칠레 컨테이너선사인 CSAV에 1억7000만달러(1800억원)의 무역보험을 제공하자 터진 불만이다. 우리나라 조선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우리나라 정부가 외국계 정부처럼 자국 선사 살리기에 나섰다면 이처럼 외국계 선사에 돈 퍼주면서 선박을 건조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게 해운업계 측 불만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운 불황이 가시화되면서 우리나라 정부를 제외한 각국 정부는 자국 선사 살리기에 나섰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영구채를 자본으로 인정하고 정책금융기관인 일본산업은행이 영구채 인수에 일부 참여토록 했다. 지난해 1조4000억원대 규모의 장기 저리 선박금융도 제공했다. 중국도 2011년 중국은행과 교통은행 등을 통해 46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다. 해운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금융위기 후 정부가 바로 지원에 나섰다. 세계 1위 선사 머스크는 2009년 12월 자국 수출은행을 통해 5800억원의 금융지원을 받았다. 같은 달 프랑스도 국부펀드인 FSI를 통해 3400억원의 유동성을 긴급 지원했다. 반면 우리나라 선사들은 정부의 무관심 속에 5년간 불황 극복을 위해 5조1000억원어치의 해운 자산을 팔아치웠다. 유동성 마련에 급급해지면서 닥치는 대로 팔아치운 결과다. 그간 80개 업체가 도산했으며 이 중 10개 업체가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 3·4위 선사인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이 포함된다. 특히 올해 들어 해운업 위기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최근 주식을 담보로 대한항공에서 1500억원을 조달했다. 한진그룹과의 계열분리에 나섰던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찾아가 부탁한 결과다. 내년 만기 회사채는 3900억원 정도다. 현대상선도 유상증자, 회사채 신속인수제 참여 등을 통해 급한 불만 겨우 끈 상태다. 그간 우리나라 정부가 지원책으로 내놓은 것은 영구채 발행 지원, 해운보증기금 설립 등이다. 지난해 하반기 지원하겠다고 나선 영구채 발행은 1년이 지나도록 묵묵부답이다. 해운보증기금 설립은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선박금융공사의 대체안으로 나왔지만 아직 검토 중이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내년 경기 회복 시그널이 잡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내 해운 위기는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국내 대형선사까지 도산한다면 각종 물자를 들여오는 바닷길은 해외로 넘어가게 돼 국가 안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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