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재해 은폐 기업 처벌 강화해야

기업들이 산업재해보험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상 사고를 건강보험으로 대체하는 바람에 건보 재정이 큰 부담을 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 은폐 사실이 드러나 환수된 금액만도 지난 5년간 3000억여원에 이른다. 기업이 산재 발생 사실을 숨겼다 적발돼도 신고했을 때 받는 불이익보다 처벌 수위가 낮아 산재를 숨기는 경향이 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사업주가 책임져야 할 업무상 재해로 인한 피해를 국민이 떠안는 셈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산재 은폐로 인해 발생한 건보재정 손실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2991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서도 9월까지 539억원에 이른다. 이는 은폐 사실이 적발된 경우만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산재의 41.2~83.1%가 건보로 처리됐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산재 은폐로 인한 건보 손실 규모를 추정하면 2014~2018년 5년 동안 최대 2조8693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산재 은폐는 건보재정만 축내는 게 아니다.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적절한 보상 등 합당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 또 산재 통계의 왜곡으로 예방과 재활정책 등 산재 관련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산재 은폐를 잘하는 기업이 안전관리 우수 사업장으로 둔갑하고, 보험료를 덜 내는 게 단적인 예다.  기업들이 산재를 숨기는 이유는 나중에 적발돼도 최고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산재 사실을 신고했을 때 생기는 영업정지나 공공공사 입찰 제한 등의 불이익에 비하면 너무 가벼운 처벌이다. 보험료가 급격히 오르는 것을 꺼려 근로자의 산재급여신청을 만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근로자는 인사고과, 임금 등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해 산재급여신청을 꺼리는 현실이다.  건보재정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도, 산재예방 정책의 효율적인 수립과 근로자의 보호를 위해서도 산재 은폐 행위는 근절해야 한다. 과태료를 대폭 올리고 실형 선고도 가능하도록 처벌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병원 치료를 받는다는 점에서 의사가 산재로 의심스러운 경우 관련 기관에 신고하도록 하는 '의사 신고제'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 최소한의 확인만 거쳐 신고해도 사업장의 업무상 사고는 산재로 처리될 수 있을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