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정치경제부 차장] "동영상을 틀어놓는 동안 제가 딴 생각을 했다.", "아들이 자는 시간이라 깨울 수 없어서 연락하지 못한다."지난달 31일 국회 국정감사장, 증인으로 출석한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에게 여기 저기서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유 위원장은 독재 미화, 역사편향성, 위증, 아들 국적포기 등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시종일관 딴청을 부리거나 발뺌을 했다. 의원들은 그의 불성실한 태도와 거짓 증언을 문제 삼았고, 일부 의원들은 각종 자료와 동영상을 동원해 위증사실을 증명하기도 했다. 유 위원장이 그 순간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자 일부 야당 의원들은 폭발했다. 사회를 본 신학용 위원장에게 "주의하시라", "다른 내용을 말하고 반박하는 모습은 국회의 권위를 무시하는 행태에 해당된다", "답변에 신중해달라" 등 수차례 주의와 경고를 받았다. 국감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기가 차다'는 표정이었다.유 위원장을 비롯해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홍준표 경남지사, 안세영 경제인문사회연구이사회 이사장이 경제정의실천연합에 의해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장 불성실한 피감기관장'으로 뽑혔다. 박 처장은 국감에서 안보교육 동영상 관련 자료를 끝내 제출하지 않았고,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등 현안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언성을 높이는 등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 안 이사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기억이 안 난다", "미치겠네"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올해 국감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 일부 피감기관장의 불성실한 태도는 국감의 기본 취지를 완전히 짓밟는 행위다. 위증은 범죄행위이자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국감은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국회가 국정 전반에 대해 실시하는 감사다. 피감기관은 상임위원회에 관련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증인이나 참고인은 진실을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 피감기관장이 거짓증언을 하거나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국감은 무의미하다.역대 가장 많은 피감기관과 기업증인을 신청한 것도 고쳐야 할 점이다. 628개 피감기관에서 불려온 기관장 가운데에는 질의조차 받지 못하다가 인삿말이나 신상발언만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200명에 가까운 기업증인을 불러놓고 호통을 치거나 생색내기 질의만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의원들은 동양사태 관리감독을 집중 추궁해야 했지만,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추궁에 몰두하면서 금융감독기관의 감독소홀 문제는 소홀하게 다뤄졌다.매년 같은 질의가 계속 되면서도 후속조치에 대한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고질적인 문제점도 고쳐지지 않았다. 이밖에 정기국회 전에 국감을 실시하지 못한 점, 현장시찰과 재외공관 국정감사의 효율성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 여당과 야당이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도록 '상시 국감' 도입에 나선 것이다. 국민들은 여야가 숙제를 제대로 풀어낼 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국회가 이번에는 국민들로부터 "잘 했다"는 소리 한 번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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