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거절당해 대부업체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리는 중산층 가구가 늘고 있다. 소득은 뻔한데 치솟는 전셋값과 갈수록 커지는 가계대출 부담 때문이다. 중소 자영업자도 1000원을 벌면 182원을 대출 원리금 갚는 데 쓸 정도로 빚에 허덕인다. 한국은행이 어제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나타난 중산층의 현주소다. 은행ㆍ보험사 등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중산층이 대부업체를 찾고 있다. 대부업체 고객 가운데 중신용자(10단계 신용등급 중 5~6단계) 비중이 2010년 말 13.4%에서 지난해 말 16%로 높아졌다. 2011년과 2012년 잇따라 나온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대책에 따라 금융기관이 중ㆍ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조이자 대부업체로 옮겨간 풍선효과다. 여러 군데서 돈을 빌리는 다중채무자도 급증했다. 2010년 6월 106만8000명에서 올 6월 122만7000명으로 2년 새 16만여명 불어났다. 중소 자영업자 형편은 더 나쁘다. 대출액이 많고 상태도 불량하다. 자영업자 1인당 대출금이 1억2000만원으로 임금근로자(4000만원)의 3배다. 소득 5분위 중 중간인 3분위 자영업자의 수입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이 18.2%로 임금근로자(11.7%)의 1.5배다. 자영업자 대출은 만기 일시상환 비중이 39.3%로 임금근로자(21.3%)의 두 배에 가깝다. 게다가 그 대출의 20%가 올해와 내년에 만기가 닥친다. 정부는 '중산층을 두텁게 하겠다'고 외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특히 전월셋값 상승이 중산층 가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소득 3분위 가계의 신용대출 중 13.6%가 전셋값 마련이 이유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대책에도 주거비 부담이 중산층 몰락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주거시장 안정화가 절실하다. 중산층 몰락을 막으려면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 고리를 끊고 상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당장 자영업자 대출의 만기연장에 대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은행과 대부업체 사이 연 10~20% 중금리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산층 소득을 늘려줄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는 몇몇 거시지표의 호전에 방심하지 말고 경제활력 회복에 매진해야 한다. 정치권도 소모적 정쟁에서 벗어나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아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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