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축소·대규모 제재·법안통과 불확실 등 '트리플악재' 쌓여상위 건설사 16%가 워크아웃·법정관리…쌓여가는 건설매물
지난 29일 경남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경남기업은 베트남 최고층 빌딩인 랜드마크72 매각에 속도를 내 부족한 자금을 충당할 예정이다. 사진은 랜드마크72 모습이다.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 한진주 기자] 건설업계가 '트리플 악재'에 빠졌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와 주택경기 침체로 인한 일감 감소, 4대강 담합 혐의 등으로 인한 정부ㆍ공공기관의 부정당업체 제재,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의 계류 등이 건설사들을 옥죄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남기업은 유동성 악화사태를 맞으며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새해 설계를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터진 중견사의 워크아웃 신청은 건설과 금융 등 관련 산업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쌍용건설은 인수주체를 찾지 못하는 등 건설 산업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29일 시공능력평가 21위의 경남기업은 재무구조개선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주 채권은행인 신한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개시를 신청했다.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에 이은 두 번째 워크아웃이다. 채권단은 30일 중 회의를 통해 워크아웃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경남기업이 또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한 직접적 원인은 유동성 공급 차질이다. 공공공사 입찰 제한에 이어 대출금 상환을 제때 하지 못하면서 신용등급이 하락, 추가 대출이나 대출 연장 등이 어려워진 것이다. 경남기업은 지난달 만기 도래한 180억원 규모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을 제때 갚지 못했다.경남기업은 2009년 1월 워크아웃에 들어가 2011년 5월 조기 졸업했지만 지난해 2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올 6월 말 경남기업의 총자산과 부채는 각각 1조8275억원, 1조2517억원이고 부채비율은 217.4%다.올해 쓰러진 건설사는 경남기업 외에도 많다. 쌍용건설, STX건설, 한일건설 등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10월 현재 시평 150위 이내 건설사 중 23개 업체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상태에 있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경남기업까지 합하면 총 24개 업체다. 유명 건설사들 중 16%에 달하는 업체들이 이미 파산을 선포한 셈이다.다른 건설사들도 여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돈줄이 메마르다 보니 건설사들은 각자 빌딩 매각 등 자구책에 나서고 있다. 경남기업은 베트남 최고층 빌딩인 랜드마크72 매각에 속도를 내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로 했다. 동부건설은 동자동 오피스동을 3600억원에 매각하며 자금을 마련했고, GS건설도 서울역 GS 역전타워와 송파구 문정동 롯데마트 건물 등을 매각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강남 사옥들을 매각 중이다. SK건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SK와 SK케미칼 등 주요 주주 참여로 4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고 한라건설이었던 한라는 880억원 규모의 회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건설업황이 악화하자 M&A 시장에서 건설사 매물들은 쌓여가고 있다. 지난 6월 두 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간 쌍용건설은 매각 공고를 내고 지난 25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받았다. 그러나 단 한 건의 인수주체도 나서지 않으며 무위로 돌아갔다. 이 밖에도 시공능력 35위 벽산건설과 42위 남광토건, 49위 동양건설산업, 59위 LIG건설 등 대다수 중견건설사들이 장기간 매물로 나와 대기 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 상황이 너무 안 좋아 건설사를 인수하려는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이렇다 보니 '건설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29일 건설산업비전포럼은 '한국건설산업의 생존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업황은 사상 최악"이라며 "대형사 30곳 중 21개사가 4대강 담합혐의로 부정당업자로 제재를 받았는데 수자원공사, 조달청, 광주시 등이 한꺼번에 조치를 내리는 등 가혹한 '중복처벌'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관련 법안 통과 지연 등으로 부동산시장이 다시 얼어붙어가고 있으며 SOC 예산 축소로 관련 종사자들마저 힘겨운 상황"이라며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건설산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신속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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