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프로들의 귓속말
S&P500보다 22시간, 구글 주가보다 14시간 먼저 움직여 '트윗지수' 위력 확인…국내서는 코스콤이 감성지수 개발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김유리 기자] 주식시장은 심리에 좌우된다. 내 심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탐욕과 공포에 의해 움직인다. 투자자들의 심리가 낙관론으로 기울지 비관론에 쏠릴지 남보다 먼저 알게 된다면 주식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투자심리 변화를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미리 파악해 투자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흐름을 보도하고 특히 트위터에서 오가는 종목에 대한 의견이 향후 주가와 상관관계를 보여줬다는 논문을 소개했다. 투자심리를 '트윗심리'로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트윗지표는 주가 선행지수= 논문에 따르면 트윗심리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보다 22시간 앞서 움직였고, 아마존의 트윗은 주가에 20시간 선행했다. 구글은 14시간, 맥도널드와 시스코는 13시간, JP모건과 홈디포는 각각 12시간과 11시간 먼저 트윗이 주가의 방향을 나타냈다. 트윗과 주가의 시차는 애플이 10시간, 코카콜라는 8시간으로 분석됐다. 인텔과 오라클은 이 시차가 1시간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50개 지수와 종목을 분석했다. 이들 투자 대상에 대해 트윗에 등장한 단어를 표준 심리학 사전에 따라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분류하고 그 정도를 점수로 매겼다. 트윗심리는 많은 경우 향후 주가보다는 과거 주가 흐름을 더 반영했다. 하지만 S&P500과 구글, 맥도널드 등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트윗이 주가보다 먼저 움직였다. 논문은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일리야 젤루데프가 로버트 스미스와 토마스 아스테 등 학자와 함께 작성했으며, 현재 학술지 게재를 위한 전문가 심사(peer review)를 받고 있다. 젤루데프는 자신의 연구를 투자에 적용하는 것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효과를 과장한다"며 "이걸로 돈을 찍어낼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트윗에는 유용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하다"면서도 "우리는 가능한 영역의 매우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 데이터로 투자하지는 않겠지만 이것이 더 폭넓은 모델에 활용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투자 참고자료로 유료 제공= 직접 하루 평균 트윗이 약 5억건 올려지고, 1억명 넘는 사람이 하루에 한 번 이상 트위터에 접속한다. 이는 트위터로 전파되는 정보와 의견이 광범위하고 파급력을 갖는 기반이다. 트위터 같은 SNS에서 주식과 내용을 추출·분석해 투자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2011년부터 이뤄졌다. 영국 펀드운용사 더웬트캐피털마케츠가 이때 트위터 펀드를 내놓았다. 트위터 글을 6가지 감정으로 분류해 지표로 만든 뒤 투자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운용하는 펀드였다. 이 펀드엔 출시 직후 2500만파운드(약 427억원)가 몰렸지만 더웬트캐피털마케츠는 한 달 뒤 펀드를 청산했다. 당시 더웬트캐피털마케츠는 "시장평균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만 트위터 지표를 직접 자산운용에 활용하기보다 투자자들에게 서비스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시카고에 있는 회사 소셜 미디어 어낼리틱스(SMA)는 미국 주식 8000개 종목을 대상으로 투자심리가 정상 상태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분석한 정보를 헤지펀드에 제공한다. SMA는 금융시장 전문가 4만명의 트윗을 1차 자료로 분석한다. SMA를 설립한 조 기츠는 앞으로 2년 내에 매출 6000만달러를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기츠는 FT에 "우리는 일반 투자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게 아니라 20년 넘게 투자한 전문가의 얘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코스콤은 감성분석지수 개발= 국내에서도 트윗심리를 적용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팀과 다음소프트는 트위터 분석을 주식 매매에 활용하는 '소셜 매트릭스 펀드'를 만들어 실전 투자에 적용 중이다. 소셜 매트릭스 펀드는 트위터에 쏟아지는 문장들 속에 나타난 감정을 즐거움, 행복, 기쁨, 슬픔, 무서움, 부끄러움, 증오, 싫어함, 분노 등 9가지로 분류했다. 이어 이런 감정이 표출되는 빈도와 주가의 상관관계가 90% 이상인 종목을 골라 매수·매도 목록을 만들었다. 소셜 매트릭스 펀드는 지난해 12월28일까지 5개월여간 코스피 수익률을 약 3%포인트 웃돌았으며, 올해 6월부터는 투자금을 5000만원으로 늘려 운영되고 있다. 코스콤은 최근 '감성분석지수(K 인덱스)' 개발을 완료하고 자체 검증 단계에 들어갔다. 코스콤은 주가와 관련된 단어를 골라낸 뒤 이 단어와 호응을 이루는 동사(오르다, 내리다 등)를 5단계로 분류해 주가와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지난 4월 코스피200과 50개 종목을 대상으로 한 1차 프로젝트의 성과가 좋아 이달 말 마무리할 2차 프로젝트에는 업종 분석을 추가했다. 강태홍 코스콤 자본시장 정보기술(IT)연구소 소장은 "현재까지 2500개의 단어가 감성사전에 등록 완료됐다"며 "연말께 투자자들에게 베타서비스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SNS가 증시에서 기본적인 분석 대상으로 자리를 잡게 될까. SMA의 기츠는 "트위터 분석은 머지않아 상장 기업의 이익 전망치처럼 투자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방대한 트윗을 일일이 뉘앙스를 가려내 분석하는 일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비꼰 문구를 컴퓨터가 분간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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