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저자]표창원 '비정한 공범들의 도시에 정의를...'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표창원·지승호의 공동저술 '공범들의 도시'는 5개월에 걸친 격론을 정리한 책으로 잔인해져 가는 개인 범죄 양상에서부터 범죄에 대한 국가 철학으로까지 사회적 논의를 확장해 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한국 최초의 프로파일러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사진)와 전문 인터뷰어인 지승호씨는 인권의 그늘, 범죄영화에 대한 분석, 범죄를 방관하는 사회 풍토, 현 정국 이슈인 국정원 댓글 사건과 국정원 개혁 등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과도 정면으로 맞선다. 공교롭게 표 전 교수는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는 인물인 반면 지승호는 진보적인 성향의 지식인이다. 바로 보수와 진보가 만나 한국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폭력 문제를 함께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표 전 교수는 책을 출간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그동안 사회 강력 범죄에 대한 논의가 피상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언론은 사건의 잔혹성만 부각시켜 어린이,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의 불안, 공포를 더욱 키웠다. 그러다 보니 범죄 이면의 문제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 늦기전에 정의가 바로 서는 사회를 위해 오랫동안 생각했던 것을 정리해 봤다."표 전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서민 범죄보다 더 무서운 것은 권력이나 강자의 폭력"이라며 "이런 범죄는 잘 드러나지 않으며 드러나도 처벌이 미약한 경우가 많아 공권력의 신뢰 수준을 약화시키고 범죄에 대한 방관, 외면을 키운다"고 지적한다. 이어 표 전교수는 "폭력과 강자에 대한 두려움에 대응하지 않는 사람은 방관자이면서 공범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에서 오원춘과 같은 흉악범들이 사라지면 범죄가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여기는 사람이 많다. 사회 깊숙히 뿌리박힌 분노와 적대감, 치명적인 문제를 치료하지 않고는 범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표 전 교수는 "정통성 있는 정권과 민주주의가 생명을 확실하게 살린다는 것을 절실히 체득했다"며 "가령 국가안보라는 미명 아래 고문과 납치가 자행되고, 법을 무시한 공권력 집행, 적절한 보상 기피 등이 이뤄질 경우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고 폭력을 구조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이 잘 설명해준다, 탈주범 신창원예도 공권력의 무능함을 괘씸죄로 덮은 경우로 지적한다. 표 전 교수는 "신창원이 내게 보내온 편지를 보면 살인할 의사가 없는 데도 공범의 죄를 포함해 무기징역에 22년형이 더해진 것은 공권력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설명한다. 표 전ㅍ교수는 28년 동안 범죄와 경찰, 사법제도 개혁에 열정을 쏟아온 인물이다. 경찰대 졸업 이후 일선 현장에서 형사로 근무하기도 한 경찰관 출신이다. 표 전 교수는 지난 대선 당시 보수의 행태를 비판하며 경찰대 교수직을 사임, 눈길을 끌기도 했다. 표 전 교수는 폭력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진보와 보수의 갈등 해소, 국가· 공권력· 강자 등의 도덕 윤리 회복이 급선무로 꼽는다. 표 전 교수는 "권력과 정부가 솔선수범하고 엄정한 법규를 세워야 폭력에 대한 근본적 치료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한다. 표 전 교수는 또 보수와 진보의 좌우 갈등도 폭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본다. 극단적인 대립이 폭력을 낳는다는 의견이다. 표 전 교수는 "지금의 보수는 극우의 지배를 받으며, 사익 혹은 집단 이익 추구를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따라서 보수를 파시즘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친일문제조차 해결되지 않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어 "진보도 탄압받던 시절의 아픔만 간직한 채 반발을 일삼으면서 극단적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며 "진보와 보수가 조금씩 자기 견해를 양보하고 범죄에 대한 균형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표 전 교수는 지난해 대학 교수직을 사임한 이후 공부하고 책 쓰고, 강의하고, 언론 기고 등 평소 생각했던 것을 열린 광장에 나와 실천하며 살고 있다. 즉 대중적인 소통을 확대함으로써 폭력 없는 사회를 이룩하려는데 힘을 쏟고 있다. 책 작업은 지난 5개월 동안 한달에 서너차례, 한번에 세시간 이상 토론하면서 이뤄졌다. 우리 사회가 보다 균형과 견제가 이뤄져 보수 과잉의 분위기를 깨야만 폭력을 제거할 수 있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표 전 교수는 "용기 있는 소수와 정직한 다수가 함께 노력할 때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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