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김양미 베스트비즈·와우몰 대표
쌍방향 뉴미디어로 소비자-기업 연결"아무도 못하는 것을 하고 싶다"홈쇼핑에 타이어·수입차 판매 성사시켜
김양미 베스트비즈·와우몰 대표<br />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김 오지랖.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불렀다. 방송국 PD로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디딘 것도, 여성 벤처 사업가로 변신한 것도 오지랖 때문이었다. "저 상품, 마케팅만 잘 하면 정말 잘 팔릴텐데…, 이 부분은 내가 도와줄 수 있을텐데…." 결국 그는 10년차 되던 해, 잘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쉬움은 없었다. 다음 길이 보였기 때문이다. 김양미 베스트비즈ㆍ와우몰 대표(41·사진)는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신이 있었다"며 "나는 내가 하고 싶다, 할 수 있겠다 싶은 일들을 열심히 해온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2003년 창업한(2004년 법인 전환) 베스트비즈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쉽지 않은 기업이다. 인터넷, 홈쇼핑, IPTV 등 쌍방향 뉴미디어를 통해 소비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일종의 가교역할을 한다. 5대 홈쇼핑 업체와 주요 인터넷 쇼핑몰에 벤더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상품기획, 프로모션, 영상 제작, 홍보ㆍ마케팅 컨설팅까지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 베스트비즈 내 속해 있다 올해 분사한 와우몰은 중소기업의 제품 재고처리를 위한 아이디어가 중소기업 직장인들의 복지 고민과 맞물려 탄생했다. 고3 수험생 시절에도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을 챙겨보던 열혈 PD 지망생이 여성 창업가로 변신한 데는 그의 오지랖이 한몫 했다. 대학 졸업반 시절 공모전을 계기로 SBS에 입사한 그는 이후 MBN을 거쳐 홈쇼핑 방송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 상품의 판로개척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홈쇼핑 PD로서 상품기획, 유통 등을 총괄하며 특히 중소 기업인들이 직면한 어려움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 대표는 "상품은 정말 좋은데 매출이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며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분들이 그 상품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좋은 품질을 갖췄음에도 방송 매출이 부진해 홈쇼핑에서 외면 받는 중소기업 제품들을 보고 창업 결심을 굳혔다. 경제 채널 PD, 홈쇼핑 PD 경력을 통해 판매 네트워크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제품 판매, 홍보, 마케팅 등을 모두 도울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 대표는 "당장 눈앞의 매출, 인사고과에 급급해 홈쇼핑 PD들이 매출 잘나오는 대기업 상품, 만들어진 상품만 팔려고 하는데 그래서는 안된다"며 "열심히 뛰는 중소기업인, 농민들을 도와 좋은 상품을 소개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꼬집었다. 창업 초기 약 3년간 매출이 거의 없었지만 김 대표는 조급함을 느끼거나 불안해하지 않았다. 통장에 들어오는 돈 보다 스스로 느끼는 성취감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내 아이디어로 중소기업 제품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더 큰 기쁨과 확신을 느꼈다"고 환히 웃었다. ◇ "아무도 못하는, 최초의 것을 팔아보고 싶어"=경영자 김양미에게 있어 첫 전환기는 홈쇼핑에서 100만원대 타이어를 최초로 판매하는 일을 성사시켰을 때다. 홈쇼핑에 고가 아이템을 팔아 보겠다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국내 1위 타이어업체에 보낸 제안서는 답을 받지 못했다. 기회는 다른 곳에서 왔다. 금호타이어 국내영업을 총괄하던 김정호 당시 부사장(전 사장)과 짧은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당신 차의 타이어 규격을 아느냐'는 김 부사장의 질문에 '모른다'고 거짓으로 답하며 규격을 모르는 소비자들도 콜센터 상담사를 통해 타이어를 주문할 수 있는 홈쇼핑의 장점을 설명했다. 김 부사장이 "무슨 이야기인지 자세히 들어보자"고 태도를 바꾼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김 대표는 대리점과의 연계 판매, 여성고객 창출 등 준비해온 내용들을 설명했고 김 부사장은 껄껄 웃으며 그 자리에서 즉시 팀장들을 소집할 것을 지시했다. 첫 만남에서 바로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이후 수입차, 침구전용 청소기, 캠핑카 이용권 등 김 대표가 최초로 홈쇼핑에 등장시킨 상품은 하나, 둘이 아니다. 그는 "아무도 못하는, 최초의 것을 팔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신의 최고의 장점과 단점으로 오지랖을 동시에 꼽는다. 열정이 가득한 사람을 보면 도저히 간섭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그는 "쓸데없이 오지랖이 발휘될 때도 있다"고 한숨을 쉰 후, "그만큼 세상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고, 그렇게 고민하는 만큼 그릇이 넓어지는 것이지 않겠느냐"고 깔깔 웃었다. 방송사 PD로 재직하던 시기, 그는 선배들의 "바쁘냐"는 질문에 "바쁘다"라고 선을 그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자신의 수면시간을 줄여서라도 "무슨 일 도와드려요?"라고 늘 다가갔다. 김 대표는 "컴퓨터 문서가 익숙하지 않은 선배들을 위해 프로그램 기획서, 기안서 등을 워드파일로 받아 치는 일이 많았다"며 "이 때 선배들을 도우며 경험해본 것들이 다 내게 큰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와우몰을 만든 것도 김 대표의 오지랖에서 시작됐다. 주변 중소 기업인들이 재고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대신 판매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좋은 상품들이 재고로 남아 있는 게 안타까웠다"며 "여기에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공통적인 고민인 복지 프로그램을 접합시키면 좋겠다고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서 직원 복지를 확대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이에 착안한 것이 바로 여러 중소업체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복지몰. 현재 와우몰에는 70여개 업체, 1만8000명 가량의 직원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김 대표는 "회사에서는 포인트를 직원들에게 제공해 좋은 상품들을 살 수 있게끔 복지를 제공하는 동시, 재고 부담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독립한 와우몰은 지난해 기준 매출 15억원 정도 규모다. ◇ "여성 인력 사표 막으려고 재택근무 도입"=PD를 그만두고 경영자의 삶을 택한 지도 어느덧 10년. 그러나 그는 아직까지 큰 위기는 없었다고 말한다. 평소 긍정적인 성격 탓에 매출이 부진하고 수주가 줄어도 "지금은 시기가 아닐 뿐"이라며 환히 웃고 만다. 대신 갑갑할 때는 차를 몰고 인천항을 찾곤 한다. 대형 트럭들이 오가고 컨테이너가 배에 선적되는 모습을 보다 보면 가슴 속이 뜨겁게 차올라 다시 힘이 솟는다고. 김 대표는 "마흔을 넘어서니 내가 무엇을 좋아 하는 지 알게 됐다"며 "현장, 열기가 가득한 현장을 보다 보면 피가 끓는다"고 귀띔했다. 여성 인력에 대한 활용은 늘 그가 신경 쓰는 부분이다. 김 대표는 "숙련된 디자이너가 육아문제로 사표를 낼 때 너무 아까웠다. 그 사람의 능력도, 그 사람 자체도, 그 사람을 키운 나도"라며 "그래서 택한 게 기본급을 낮추고 건당 수당을 지급해 재택근무를 하는 것"이라며 여성 인력 활용을 기업에서도 각종 제도를 통해 도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대표는 자신을 '승부사' 타입의 경영자가 아니라고 정의했다. 오히려 '타고난 마케터'에 가깝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승부사 타입의 경영자였다면 회사 규모도 더 키우고 돈도 더 많이 벌었을 것"이라며 "오늘은 어떤 즐거운 일을 만들까, 어떤 일에 내 열정을 쏟아 부을까를 매일 고민한다"며 미소 지었다. 김 대표의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는 오늘도 '열정, 열전 her스토리'. 그의 인생 그대로다. ◇김양미 베스트비즈ㆍ와우몰 대표는?▲1972년 5월 출생 ▲1995년 한신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 1994년 SBS 서울방송 TV 제작국 입사 ▲2003년 베스트비즈 창업 ▲2004년 베스트비스 법인 전환 ▲2007년 중소기업청 모범여성기업인부문 표창장 ▲2008년 여성부장관상 수상 ▲현 한국여성벤처협회 부회장 ▲현 벤처기업협회 이사 ◇베스트비즈ㆍ와우몰은 어떤 회사?2003년 설립된 베스트비즈는 벤처, 중소기업 등에서 신뢰성 있는 제품을 발굴해 상품기획, 홍보영상제작ㆍ판매에 이르기까지 쇼핑몰, TV홈쇼핑 등 채널을 통해 판로를 개척해주고 있다. 베스트비즈의 자회사로 올해 분사한 와우몰은 기업 복지몰이다. 주 고객사는 공기업과 벤처, 중소기업으로, 웹상의 복지몰(www.wowoomall.com)에서 회원사 직원들이 건강관리, 자기계발, 문화여가, 상품 등을 복지 포인트로 구매할 수 있게 한다. 향후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한 복지기금 마련을 통한 기업복지제도 도입 등 컨설팅까지 지원할 예정이다.<특별취재팀 이정일 부장·이은정·이지은·조슬기나·이승종·박혜정 기자>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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