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성 창업 알선 행위로 인한 피해사례 늘어개인간 거래로 인식돼 법적 처벌 쉽지 않아[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이혼 후 혼자 아이들을 키우고 있던 김주영씨(가명, 50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한 일을 찾던 중 케이블 방송에 나오는 창업관련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도넛 판매에 대한 영업권을 받고 판매량에 따라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믿고 2000만원을 넘게 투자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상품 공급이나 배송은 고사하고 부실한 상품 관리로 반품만 당해 손해만 입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본사에 계약 중도해지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피해는 고스란히 김씨가 떠안아야 했다. 점포 없이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고 고수익까지 올릴 수 있다는 일명 '사기성 창업 알선 행위'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고 있다. 케이블 방송을 통해 사업 희망자를 모집하는 등 전국을 무대로 한 창업 사기 행위가 늘면서 피해액도 점차 커지고 있지만 법적 처벌이 쉽지 않아 피해구제는 어려운 실정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시민권익센터는 2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에서 '사기성 무점포 창업 피해자 증언대회'를 열고 창업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당국의 법적 제도 마련과 개선안 도출을 요구했다. 무점포 창업이란 직접 점포를 운영하지는 않지만 특정 지역의 상품 판매 영업권이나 판매권을 위탁 받고, 판매실적에 따라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상품을 많이 판매할수록 수익구조가 좋아져야 하지만 본사가 상품판매 보다는 계약금만 챙긴 뒤 '나 몰라라' 수법을 쓰고 있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콘피자를 만드는 A업체와 계약을 했던 이명훈(가명,29)씨는 "냉동으로 배송해줘야 할 상품을 일반 택배로 보내주는 등 관리가 전혀 안돼 그나마 공급을 하기로 한 가게들로부터도 해지를 당했고, 식약청으로부터 판매금지 처분을 받은 사실도 본사가 숨겼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로부터 피해를 입은 구정훈(가명,43)씨도 "월 1000개 이상을 팔아야 계약이 유지된다는 조건이 있었는데, 본사에서 최대 공급량을 600개 까지 밖에 보내주지 않았다"며 "처음부터 상품판매를 유도하기 위한 창업이 아닌 계약금만을 챙길 목적이었다"고 토로했다. 윤철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팀장은 "최근 들어 무점포 창업 피해자가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법망을 교묘히 피해 영업을 하는 사례가 많아 소송을 해도 대부분 패소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조순열 변호사는 "무점포 창업은 물품판매 계약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경우 개인간의 거래로 인식돼 형사처벌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런 점을 교묘히 악용하는 업체들 때문에 피해자가 생기고 있지만 실질적인 구제책이 마련되지 않아 법적·제도적으로 시급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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