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다시 돌아온 진중권의 美學..'미학에세이'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진보와 개혁을 말하고자 하는 자라면 낡은 질서를 고집하는 이들보다 지성과 미감과 도덕성 측면에서 우월해야 한다. 하지만 감히 민주주의자를 자처하는 우리는 지성, 감성, 도덕성 면에서 사회적 평균보다 딱히 나을 것도 없으면서 그저 보수주의자들에 대해 근거 없는 '우월감'만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 바로 그 얄팍한 위선에 대한 반감이 민주적 에토스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것인지도 모른다."예술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에게는 시사 논객으로 더 유명할지 몰라도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의 전공은 미학이다. 이번에 나온 '미학 에세이'는 진 교수가 미학적 사유를 본격적으로 특정 방향으로 발전시키기에 앞서 가벼운 마음으로 써내려간 '에피타이저' 같은 글들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디지털 테크놀로지까지 다양한 영역과 주제를 아우르는 사고와 그 깊이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강의를 준비하다가, 혹은 신문이나 잡지를 읽다가 우연히 선택한 글감은 차곡차곡 쌓인 다음에서야 비슷한 주제끼리 묶였다. 책의 목차를 분류한 다음 진중권은 "내 사유가 앞으로 어느 쪽으로 나아갈지 어렴풋이 방향이 보인다"고 고백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기술미학에 대한 관심이 여전한 가운데, 바타유가 '기저유물론'이라 부른 해체의 경향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또 서구 미학의 개념으로 한국의 전통적인 미의식을 설명해보고 싶다는 욕망도 드러낸다. 주제는 삶과 죽음, 성, 기술, 정치, 미디어에서부터 자신의 역할인 평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과정에서 그가 건드리는 영역은 회화, 사진, 영화, 연극, 건축, 박물관 등 전방위적이다. 예술을 통해 세상을 해석하는 시각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삼성과 애플이 벌인 특허 소송에 대해 진중권은 "기술과 예술의 대결"이라고 정의하고, 이는 "기술적 상상력이 부족한 한국사회 자체의 한계"라고 해석한다. 영화 '남영동'으로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려진 남영동 대공 분실이 한국 건축사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김수근의 작품이라는 점을 예로 들어 "현대예술이 그 특성상 인간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무엇보다 예술과 정치의 관계를 밝히는 대목에서 진중권 특유의 날선 비판이 반짝반짝 빛난다. 영화 '레미제라블'의 흥행이 대선 이후 젊은 층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는 설명과 '예술의 공산주의'로 여겨지던 추상표현주의가 졸지에 '반공의 예술'이 된 사례는 흥미롭다. "선거의 패배를 통해서 우리가 뼈저리게 배워야 할 것은, 우리가 바리케이드를 세우면서 기대했던 자유, 평등, 형재애의 세상은 바리케이드의 이쪽과 저쪽의 민중이 서로 연대할 때에만 비로소 가능하다는 사실이다."(미학에세이 / 진중권 / 한겨레출판 / 1만7000원)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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