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임선태 기자]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패션 사업을 1조500억원에 인수하며 삼성그룹의 비전자계열사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완제품ㆍ부품ㆍ소재 등 3대 부문을 연결하는 수직계열화 일류화 작업의 마지막 축인 '초일류 소재 기업'을 위해 이서현 부사장의 애정이 담긴 패션 사업까지 떨구어 내는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제일모직은 2010년부터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의 핵심 재료인 폴리카보네이트 생산라인 증설,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필름 제조업체 에이스디지텍 합병 등 대형 투자를 통해 소재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 왔다. 제일모직은 지난달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OLED 소재 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세계적인 OLED 소재업체인 독일의 노바엘이디를 인수했다. 패션 사업의 양도로 확보된 1조500억원은 OLED 분야는 물론 기존 라인 증설 및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에 사용된다. 패션 사업 양도로 확보된 투자 재원을 통해 전자재료, 케미칼 등 소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초일류 소재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의 패션 사업 인수를 통해 본격적인 글로벌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골프, 리조트, 레저 사업 경험을 발판 삼아 패션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삼성에버랜드는 아웃도어, 레포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삼성에버랜드 고위 관계자는 "패션사업의 트렌드가 아웃도어와 레포츠로 옮겨가며 삼성에버랜드 고유의 자산과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패션 사업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삼성그룹의 사업 구조조정은 지난해부터 계획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말 삼성그룹 내 전자부품ㆍ소재계열사 사장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삼성의 5년, 10년 후를 책임지기 위한 소재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올해 초 삼성전자 DMC 부문 경영지원실장 겸 전사 경영지원실장(CFO)을 맡고 있던 윤주화 사장을 제일모직 패션사업 총괄 사장으로 발령 낸 것도 사업 구조조정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통인 윤 사장은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맡은 뒤 실적이 좋지 않은 브랜드를 대거 정리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에 주력했다.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던 것이다. 한편 이번 사업 구조조정을 삼성가 3세들의 지분 조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서현 부사장이 처음 몸담았던 패션 사업을 언니인 이부진 사장이 이끌고 있는 삼성에버랜드로 넘기는, 딸들 간 영역 조정으로 보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측은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진행된 사업 구조조정일 뿐 3세들의 승계 구도와는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사업 양수도일 뿐 지분 관계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연말 사장단 인사가 발표되면 명확히 알 수 있겠지만 이부진·이서현 자매와는 관계가 없는 사업상의 포트폴리오 조정"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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