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명품가구 외면…신규업체들 수제·1인용 가구 콘셉트로 도전
다른 논현동 매장들과는 달리 한샘, 리바트 매장 앞에는 가구를 사러 온 자동차들로 가득했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오늘 하루만 차가 300대는 넘게 들어왔네요. 추석 연휴를 일찍 마치고 돌아온 신혼부부와 예비부부들이 가구를 사러 온 것 같습니다."추석연휴가 끝난 21일 오후 2시께. 논현동 가구거리 중심에 위치한 한샘·리바트·일룸 등 국내 3대 가구브랜드의 대형 매장은 손님들도 발 디딜 새가 없었다. 특히 국내 1위 가구업체인 한샘 주변에는 가구를 사러 온 고객들의 자동차들이 주차공간을 찾아 드나들고 있었다. 침대 등 신혼가구를 판매하는 1층은 물론, 생활·주방용품을 판매하는 8층까지 손님들이 가득 차 있었다. 가구 배치 등을 도와주는 1층 상담 코너에도 4쌍의 커플이 자리한 채 상담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강배 한샘 플래그샵 논현점 팀장은 "혼수철이라 그런지 70% 이상이 신혼부부 고객이고, 가족 단위의 고객도 적지 않다"며 "추석 연휴 영향으로 오히려 지난주보다 손님이 줄어든 편"이라고 말했다. 21일 하루 동안 한샘 매장 주차장에는 총 315대의 차가 들어왔다. 주변에 주차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 경우까지 감안하면 하루 동안 고객이 100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는 뜻이다. 한 블럭 옆의 리바트 매장과 길 건너 일룸 매장도 인기가 높기는 매한가지였다. 리바트는 현대백화점 계열의 국내 2위 가구점이며, 일룸은 사무가구 전문인 퍼시스가 런칭한 생활가구 브랜드다.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논현동에 대형 매장을 갖추고 가구와 생활용품을 '원 스톱 쇼핑' 할 수 있도록 꾸며 잘 알려져 있다. 반면 고가의 해외 명품가구나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가구 매장들은 혼수철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경기불황으로 가구가 잘 안 팔리기 시작하면서 명품·고급 가구들이 타격을 받았고, 중견급 가구업체들은 상위권 가구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샘과 리바트 사이에 위치한 한 의자 전문 매장과 국내 중견 가구 브랜드 매장은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리는 모습이었다. 한샘 건너편의 국내 침대 1위 기업은 직접 직원들이 거리에 나서 "세일 중"이라고 외치기도 했지만, 몇몇 고객들만이 이에 반응했다. 손님이 없어 텅텅 빈 이탈리아·독일 명품 가구 매장들에는 두세 명의 직원들만이 초조한 얼굴로 대기하고 있었다. '세일'이라는 팻말을 붙였지만 고객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지나쳐 갔다. 논현동 명품거리 끝부분에 위치한 한 해외 명품가구 매장 창문에는 '임대'라고 쓴 종이만이 을씨년스럽게 붙어 있었다. 한 수입가구 매장 직원은 "한샘이나 리바트 등이 위치한 가구거리 중간만 장사가 잘 되고, 명품가구는 잘 안 팔리는 구도가 형성된 지 오래됐다"며 "가구업계 불황이 그대로 논현 가구거리에도 반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한샘 중심의 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독특한 콘셉트로 소비자들의 눈을 끄는 모습도 나타났다. 수제 가구 전문업체 디자이너스 랩은 한샘과 비슷한 북유럽 스타일의 가구를 선보이면서도 '100% 주문 제작'임을 강조했고, 불황 속에서도 새롭게 매장을 오픈한 오른은 국내 최초로 리모콘으로 움직이는 '폴딩베드'를 통해 차별화를 꾀했다. 김시현 오른 매니저는 "가구업계가 불황이지만 1인용 가구에 알맞은 전동식 접는 침대를 통해 최근 변화하는 시장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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