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인도 앞장 한달만에 8% 올라…구조적 침체 경고는 여전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예상에 따라 추락하던 이른바 ‘프래즐 파이브(fragile 5)' 국가의 통화가 반등하고 있다.프래즐 파이브는 금융시장에서 국제자본이 이탈해 경제위기에 빠질 위험이 큰 것으로 꼽은 브라질과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를 가리킨다. 프래즐 파이브 중 두둑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통화가치 방어에 나선 브라질과 새로 중앙은행 총재를 맞이한 인도가 선방하고 있다. 반면 사상최대의 무역수지 적자를 내고 있는 인도네시아 루피아의 반등세는 약한 편이다.
브라질 헤알 가치는 11일(현지시간) 전날보다 0.6% 올라, 달러 당 2.2714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1일 달러 당 2.4549로 2008년 12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던 헤알 가치는 이날까지 8% 상승했다. 헤알 가치는 지난달 말 브라질 중앙은행이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가치 방어 방침을 발표하면서 바닥에서 벗어났다. 브라질이 쌓아둔 37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고가 이 방침을 뒷받침하고 있다. 여기에 브라질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도 헤알 안정세를 돕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9%로 50베이시스포인트(0.5%p) 올렸다. 인도 루피는 지난 4일 라구람 라잔 중앙은행 총재가 취임하면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자본유입 조치를 내놓은 뒤 급등했다. 루피는 수요일 뭄바이 외환시장에서 5거래일 연속 상승해, 0.72% 오른 달러당 63.38에 거래를 마쳤다. 루피는 이로써 지난 4일 대비 6% 반등했다. 사상 최저를 기록한 지난 8월 28일의 68.84에 비해서는 8.6% 올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 가치는 11일 0.94% 오른 달러당 9.8891을 기록했다. 남아공 정부가 이번주 초에 2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도해 달러를 조달하고 증시에 외국인자금이 유입되면서 랜드 가치를 지지해줬다. 터키 리라 가치는 0.1% 올라 달러 대비 환율이 2.012에 마감됐다. 반면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자카르타 외환시장에서 수요일 오후 4시1분 현재 1% 하락해 달러 당 1만1345를 기록했다. 이날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 루피아 시세를 역외 선물환 시세 수준으로 낮춘다는 추측이 돌면서 루피아 가치가 떨어졌다. 루피아 가치는 지난달 기록한 4년중 최저치인 달러 당 환율 1만1418에 비해 0.7% 오르는 데 그쳤다. 인도네시아는 7월에 월간 사상최대폭인 23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이날 브라질 헤알과 인도 루피 가치 상승은 외환시장 안정대책 외에 시리아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에도 힘입었다. 또 미국의 고용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양적완화 축소가 당장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작용했다. 금융시장에서는 브라질을 비롯한 신흥국이 1980년대나 1990년대와 달리 외환시장에 닥친 폭풍을 견뎌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12개 신흥국은 2조90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앤더스 오슬룬드 선임연구원은 신흥국이 잃어버린 10년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슬룬드 선임연구원은 10일 블룸버그 기고에서 신흥국은 그동안 저금리와 상품가격 상승의 덕을 봤는데 양적완화 축소로 금리가 오르고 상품가격 상승 사이클이 끝나면서 구조적으로 취약한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슬룬드는 “신흥국은 장기에 걸쳐 경상수지 적자를 내는 가운데 단기 국제자본을 대거 유입받았다”며 “통화가치 하락과 국제자본 이탈, 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은 이를 저지하는 데 투입할 외환보유고도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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