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밀양 '절반의 합의'…희생과 보상 사이에서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11일 오후 3시6분. 정홍원 국무총리 일행을 태운 KTX가 '햇빛 가득 넘치는 마을' 밀양((密陽)역에 도착했다. 단장면 사무소로 향하는 정 총리 일행을 맞는 밀양시 주민들의 모습은 두 갈래였다. 송전선로를 두고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눠진 것이다. 반대하는 주민 대표들은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 "밀양시는 각성하라"는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반면 찬성하는 이들이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투자지원협의회는 이날 정 총리가 있는 가운데서 "한국전력과 255억원에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한 쪽에서는 합의했다고 나섰고 다른 켠에서는 합의는 절대 없다고 나선 것이다. 반대하는 시민들은 "집 앞으로 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가는데 누가 좋아하겠느냐"면서 목소리를 높였고 찬성하는 쪽에서는 "8년 동안 갈등만 키워온 만큼 이제 현실적인 방법으로 매듭을 풀어가야 한다"고 맞섰다. 송전선로 설치를 두고 지금 밀양 시민들은 여전히 갈등에 휩싸여 있다. 송전선로를 "설치하냐 마냐"의 문제지만 간단하지만은 않다. 사실 우리나라는 매년 전력난에 시달린다. 올 여름엔 내내 전력 부족에 마음 졸여야 했다. 밀양 송전선로가 갖춰지면 신고리 원전으로부터 560만kW의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 밀양 송전선로는 이 같은 전력난에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다. 국가적으로는 반드시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밀양주민들의 일방적인 희생만 요구할 수도 없는 게 사실이다.이날 정 총리가 만난 밀양주민들은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보상에 관심을 보였다. 정 총리는 "모든 대안을 검토했지만 전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상처와 아픔에 대해서는 정부가 최선의 노력으로 치유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이해관계자들이 많은 갈등의 시대다. 갈등을 완벽히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밀양이 이룬 '절반의 합의'가 언젠가는 완벽한 합의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초가을 따가운 햇볕 속에서 밀양사태를 지켜 본 기자의 마음은 착잡했다.밀양=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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