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차기전투기사업, 균형있는 논쟁이 필요한 때

차기전투기(FX) 사업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무기구매 사업의 법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기종을 선정하다보니 최종적으로 F-15SE가 단독 후보로 올라가게 됐으나, 이를 두고 일부에서 '선정기준은 성능이 아니라 가격이었다'는 비판적인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주장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칫 "정부예산과 관계없이 비싸도 무조건 구입해야 한다"는 말로 왜곡되는 듯하여 우려되는 바가 크다. 과거 전쟁과 군비경쟁 중에도 한정된 정부예산으로 무기구매 외에 경제, 식량 등 국민의 생존과 관련된 다른 분야와의 균형을 맞추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국방예산의 엄격한 관리를 지향했던 기획계획예산제도(PPBS)도 그 당시 등장했다. 지금처럼 10년 후 사용할 무기를 구매하는 상황이라면 현 예산 투자 대비 편익 비용을 계산해야 하는 것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국민 세금을 가지고 가용 재정범위 내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원칙에 관한 사항이다. 사업추진 절차를 방위사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이유도 편향된 여론몰이로 인해 국민의 주머니가 남의 쌈짓돈처럼 여겨져서는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지금 결정을 미룰 경우 법에서 정한 사업타당성 조사, 선행연구, 사업추진기본전략수립 등을 새롭게 해야 한다. 예산집행 순서까지 고려해 보면 최소 3∼4년 후에야 새롭게 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경우 현 8조3000억원으로 살 수 있는 기종을 단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여 2017년에는 9조7000억원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동일한 편익을 얻기 위해 1조4000억원을 더 주고 사는 것은 누가 보아도 우둔한 결정임에 틀림없다. 현 10조2000억원으로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했다고 알려진 기종은 2017년에는 약 12조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더구나 개발비 상승분까지 우리가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 결국 우리 군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최소 3조7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증명만이 사업을 미룰 수 있는 명분이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주변 잠재적국 억제를 위해 최첨단 스텔스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이 타당성이 있으려면 동북아 전략적 안보환경과 관련하여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공군의 설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공군은 "노후 전투기 발생에 따른 전력공백 해소 및 대북억제 전력 확보"를 차기전투기 사업의 핵심으로 밝혔다. 방사청도 세 후보 기종 모두 공군이 제시했던 요구성능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특정 기종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막무가내식 주장이 계속된다면 국익 침해가 될 수도 있다. 나아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우리 차기전투기사업 기종결정이 계속적으로 난항을 겪게 된다면 대외적인 위신도 하락하게 될 것이다. 입찰공고 시의 조건을 모두 충족한 기종을 정당한 사유 없이 떨어뜨리게 되면 국제 신인도에서 치명타를 입을 것은 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전투기의 납기 일정도 중요하다. 만일 '현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는 쪽의 의견을 온전히 수용하여 기종결정이 2017년에 된다고 가정해 보자. 납기완료 일정도 4년 연기된 2025년쯤에야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 2019년에 우리 전투기는 F-4와 F-5의 퇴역시기 도래로 소요 대비 약 100대가 부족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2025년까지 전력공백은 급격하게 심화될 것이라고 한다. 그 사이 현존하는 북한 위협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대안이 없다. 특히 한미 간 이미 합의된 2015년 12월 전시작전권 전환이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 전천후 최첨단 보안장비가 개발되겠지 하는 기대감만으로 우리의 안전과 미래를 보장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세계 방산시장은 우리나라와 같이 특수한 안보상황에 있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심각한 수요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국방비를 줄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여, 이들 방산업체는 너 나 할 것 없이 세계 곳곳에서 첨단 무기와 중고무기를 대상으로 '바겐세일'에 나섰다. 보기 드물게도 구매자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해서 판매자로부터 첨단 핵심기술 이전, 부품의 국내 생산 물량 확보 등 많은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 전략상 매우 중요하다. 우리에게 유리한 기회 가능성을 배제하고 오직 미래에 단일 기종만을 대상으로 차기전투기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주장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가에 대해 신중하고 균형 있는 판단이 필요할 때이다.최윤미 숙명여대 안보학연구소 수석연구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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