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바이어들도 반색…입주기업 피해보상 논의도 본격화[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남북 정부에 고맙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기업인들도 개성공단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했습니다. 개성공단이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한재권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 공동위원장)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활짝 웃었다. 지난 4월3일 북측이 일방적으로 통행을 제한한 지 166일 만인 오는 16일부터 재가동이 가능하다는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의 발표 덕분이다.
◆빠르면 17일부터 완제품 생산…추석연휴도 반납기업인들은 16일부터 재가동이 시작되면 빠르면 17일부터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지난달 22일부터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공단에 들어가 설비 점검을 해왔다. 섬유·봉제업을 비롯한 다수의 업체는 이미 지난주에 재가동 준비를 마쳤다. 기계·전자업도 현재 부분 가동이 가능한 상태다. 한재권 공동위원장은 "업종별로 다르지만 봉제업은 가동 다음 날 완제품을 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계업종의 경우 한 달 정도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문창섭 공동위원장은 "생산설비를 보수하는 틈틈이 바이어를 접촉하며 주문을 받아왔다"며 "16일 재가동이 시작되면 우리의 경우 완제품 신발이 나오기 까지 3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능하다면 추석연휴기간에도 공단을 가동할 것"이라며 "다른 기업들도 대부분 하루 정도만 쉬고 계속 공장을 돌리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속속 돌아오는 바이어공단 가동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재가동을 앞두고 국내 대기업 바이어를 시작으로 중견기업, 해외 바이어들이 속속 돌아오기 시작했다. 옥성석 나인모드 대표는 "최근 제일모직과 가을·겨울옷 1만벌 공급계약을 맺었다"면서 "내년 봄옷 등은 공장 가동 시점을 봐가며 추가 주문을 받기로 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중견 바이어들도 잇따라 주문을 넣고 있다. '인디안', '올리비아로렌' 등의 브랜드로 잘 알려진 종합의류기업인 세정그룹은 공단 폐쇄 사태로 생산을 해외로 돌렸으나 재가동을 계기로 봄옷부터는 기존 협력사에게 맡긴다는 계획이다. 등산복 브랜드 'K2'와 '아이더'를 보유한 중견 의류업체 K2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과 물량 공급 계약을 진행 중이다.외국 바이어들의 상담 문의도 부쩍 늘었다. 배해동 태성산업 대표(비대위 공동위원장)는 "외국 바이어들이 개성공단 상황을 수시로 물어오고 있다"며 "아직 공급계약을 맺지는 않았지만 재가동일이 확정된 만큼 물량 계약을 곧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장품 용기를 생산하고 있는 이 회사의 고객사들은 바비브라운, 에스티 로더, 시세이도, 가네보, 랑콤 등이다. 한재권 공동위원장은 "개성공단 정상화에 남북이 합의한 8월14일 이후 외국 바이어들이 개성공단 주문량을 남길지, 말지 등을 고민하며 업체들과 물량 상담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은 숙제 '피해보상' 논의도 본격화공단 재가동일 확정으로 정상화 분위기가 무르익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피해보상 문제 논의를 위한 협상 테이블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피해보상 협상의 최대 난제는 피해 규모의 인정범위다. 개성공단 기업들이 지난 6월 통일부에 신고한 피해 규모는 총 1조566억원이다. 이 손실액 외 재가동 이후 완전 정상화가 될 때까지의 피해액도 보전해줘야 한다는 게 기업인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기업인들이 신고한 금액 중 ▲현지투자액 ▲미반입 재고자산 ▲원청업체 납품채무 ▲하청업체 납품채무 ▲개성현지 미수금 등의 손실액 7067억원만을 인정했다. 성현상 만선 대표는 "공단이 정상화되려면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지난 6개월은 우리한테 없어야 할 시간이었고 앞으로 6개월은 없어도 될 시간이다. 정상가동시점까지의 피해액을 산출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지금 빚을 내서 빚을 갚고 있다"며 "정상화 전까지 피해액에 대한 분명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한재권 공동위원장은 "그동안 기업인들에게 정상화되기 전에 피해보상 문제를 언급하지 말자고 해왔다"며 "정상화가 되면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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